넥센과 한화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3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한화 박찬호와 넥센 홍원기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비가 심술을 부리는가 싶었는데, 하늘도 팬들의 마음을 알아챘나보다.
한화 이글스 박찬호(39)와 넥센 히어로즈 김병현(33)의 선발 맞대결. 지난 겨울 박찬호와 김병현이 나란히 넥센, 한화와 계약했을 때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카드다. 빅리그 통산 124승에 빛나는 박찬호,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두 개나 갖고 있는 김병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1세대다. 1994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를 개척하고 한국야구를 알렸다면, 김병현은 이를 토대로 미국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김병현은 지난 4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찬호형이 하는 걸 보고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생겨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박찬호가 문을 열고, 김병현이 그 길을 따라간 셈이다.
그리고 마침내 둘의 맞대결이 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이뤄진다. 선발 로테이션 상 박찬호와 김병현은 5일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다. 양 팀 감독도 한 목소리로 "선발 로테이션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다. 둘의 맞대결은 메이저리그는 물론,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올시즌 최고의 빅카드라고 할만 하다.
4월 3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2012년 팔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 처음 참가한 한화 박찬호와 넥센 김병현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둘의 맞대결은 비로 무산될 수도 있었다. 3일 목동구장에는 오후 4시30분쯤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내렸다. 비가 30분 이상 계속되면서, 경기가 최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될 경우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목동구장 1루쪽에서 몸을 풀던 박찬호도 빗줄기가 굵어지자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비는 5시10분쯤 가늘어지기 시작해 5시30분쯤 그쳤고, 한화 선수들은 오후 6시쯤 훈련을 재개했다.
박찬호는 넥센 구단에 5일 입장 티켓 4장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초 둘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박찬호는 휴식차원에서 선발 일정을 한 차례 건너 뛰고 등판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고, 김병현은 6월 8일 등판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차원에서 유창식을 6월 8일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당시 한 감독은 "일부러 김병현을 피할 이유가 없다. 빅매치 이벤트를 의식하기보다 선수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6월 8일 경기가 우천 취소됐고, 김시진 감독은 김병현의 선발 등판을 늦추지 않고 건너 뛰었다. 박찬호는 3연전의 마지막 경기인 6월 10일 마운드에 올랐다.
박찬호와 김병현 모두 최근 컨디션이 좋다고 봐야 한다.
박찬호는 6월 28일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승패없이 물러났지만 5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지난달 4경기에 등판해 17⅓이닝을 던져 1승1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넥센과 한화의 주중 3연전 첫번째 경기가 3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넥센 김병현이 수비훈련 중 볼을 놓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선발 초반 제구력 난조로 부진했던 김병현은 최근 2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2연승을 기록했다. 6월 20일 두산전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 6월 26일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12이닝 동안 8안타 1홈런 사4구 8개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1할9푼이었고, 평균자책점이 2.25였다.
둘 모두 상대팀에 대해 파악을 끝냈다고 볼 수 있다. 박찬호는 6월 10일 넥선전에 선발로 나서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김병현도 5월 25일 한화전에 등판,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국내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던 박찬호와 김병현 모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습이다. 김병현은 직구 스피드 대신 제구력에 신경쓰고 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 후반에 머물고 있지만, 컨트롤이 좋아졌고, 공끝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김병현은 여전히 사4구가 많고, 박찬호는 투구수가 80개 안팎에 이르면 힘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다. 둘 모두 투구수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김병현은 박찬호와의 맞대결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늘 그렇듯이 담담한 것 같다. 상대 투수가 누가 되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