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세이브와 선발승 소멸 그 미묘한 관계

최종수정 2012-07-04 09:05

KIA 박지훈이 3일 광주 두산전서 7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직후 고개를 숙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광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두산은 3일 광주 KIA전에서 타선이 경기 후반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에 5대4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상대팀 KIA는 3-0으로 앞선 7회초 박지훈이 동점을 허용했고, 8회에는 박경태와 유동훈이 2점을 추가로 내줘 역전패를 당했다. 박지훈에게는 블론세이브가 주어졌고, 박경태는 패전투수가 됐다. 7회 1사 1루, 3-0의 리드 상황에서 강판한 KIA 선발 서재응은 동점이 되는 순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전날까지 KIA가 7연승을 달리는데 있어 큰 공헌을 했던 셋업맨 박지훈으로서는 서재응의 선발승을 날려버렸으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블론세이브와 선발승의 소멸, 이 두 기록의 당사자들은 참으로 미묘한 분위기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목동에서는 두산 선발 김선우와 마무리 프록터가 이런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김선우는 7⅓이닝 동안 3안타 2실점으로 올시즌 들어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4-2로 앞선 9회말 수비때 프록터가 2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 김선우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지난 5월22일 이후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김선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김선우는 9회말 수비를 마치고 들어오는 프록터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오히려 격려를 해줬다. 프록터는 김선우에게 미안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들처럼 블론세이브를 한 투수와 선발승을 놓친 투수가 경기후 불편한 마음을 접고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선발승을 놓친 투수가 직접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표출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0년 6월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KIA 로페즈가 8회초 불펜진의 난조로 자신의 시즌 2승이 날아가 버리자 덕아웃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의자를 집어던진 적이 있다. 로페즈는 그해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의자는 물론 쓰레기통을 걷어차거나 문을 부수는 등 과격한 행동을 자주 보였다. 그러나 직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로페즈라 할지라도 팀분위기를 해치는 난동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KIA 구단의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가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블론세이브 투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KIA 한기주는 지난 2009년 4월 잇달은 블론세이브를 할 당시 "주눅들고 그런거는 없지만, 그저 동료 선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안 좋은 기억이니까 꽤 오래 간다"며 심정을 밟힌 바 있다. 통산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운 삼성 오승환도 블론세이브와 관련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때가 많다. 나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동료들에게 죽을 죄를 지은 까닭으로 분을 참지 못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서는 글러브를 내팽개치거나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기분을 표출하는 경우도 많다. 승리를 놓쳐버린 투수보다 블론세이브를 한 투수가 더 힘들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선우는 당시 인터뷰에서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그러나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해당투수들은)미안해 할 필요없이 공 던지데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괜찮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발투수들은 김선우와 같은 입장이다. 마무리 투수의 애환을 모를 리 없다.

이와 관련, 역대 선발과 마무리로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콤비로는 94년 LG 이상훈과 김용수, 2004년 삼성 배영수와 임창용, 2006년 한화 류현진과 구대성 등이 꼽힌다. 에이스와 마무리 투수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할 때 팀성적은 좋을 수 밖에 없다. 94년 LG는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04년 삼성과 2006년 한화는 각각 준우승을 차지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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