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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상대를 밟아야 위기를 탈출해야 하는 운명을 안고 조우한 것이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두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인사를 나눈 뒤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들 두 감독은 '동병상련'에만 그치지 않았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연패탈출의 의지를 몸으로 보였다.
이 감독은 투수가 됐고, 한 감독은 방망이를 잡았다.
"잘 쳐달라고 간절함을 담았죠."
이 감독은 이날 느닷없이 배팅볼 투수로 나섰다. 한화전을 앞두고 SK 선수들이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훈련을 할 때 이 감독이 마운드에 선 것이다.
이 감독은 장맛비 이후 푹푹 찌는 날씨에 70여개의 배팅볼을 던져주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이병훈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한-일 레전드 올스타전을 대비해서 겸사겸사 훈련을 하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어휴, 1위에서 4위까지 내려온 마당에 그런 것 신경쓸 여유가 없다"며 진짜 이유를 밝혔다.
SK 타자들이 이날 경기에서 (안타를)잘 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훈련을 도와줬다는 것이다.
이 감독이 배팅볼 투수로 나선 것은 8개월 만이라고 한다. 지난 겨울 미국 스프링캠프때 잠깐 공을 던져준 이후 시즌 들어 처음이었다.
이 감독은 "8개월 만에 공을 던져서 그런지 어깨가 욱씬거려서 그냥 내려왔다"면서 "제구가 잘 안되는 바람에 선수들 훈련에 큰 도움이 못된 것 같아 되레 미안하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선진아, 너도 잘 칠수 있어."
한 감독은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6일 한화 선수들이 대전구장에 남아서 훈련을 할때 배팅 케이지 안으로 들어섰다. 김용달 타격코치를 비롯해 최진행 오선진 등이 지켜보고 있었다.
한 감독이 배팅 케이지에서 직접 방망이를 휘두른 것은 처음이다. 한 감독은 한용덕 수석코치의 투구를 받아 한동안 타격시범을 보였다. 현역 시절 타격왕 출신답게 기술은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 감독의 타격을 지켜본 김 코치는 "세월이 흘렀어도 역시 타격솜씨는 살아있다"면서 "나이는 속일 수 없으니까 파워가 떨어졌다 뿐이지 임팩트 순간부터 팔로스루하는 자세는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한 감독이 오선진을 향해 소리쳤다. "선진아, 나도 며칠 더 훈련하면 너만큼은 칠 수 있을 것다. 어떻게 생각하냐? 잘 할 수 있지?" 자랑을 하자는 것도, 오선진의 기를 죽이자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 일부러 자극을 주기 위한 말이었다. 은퇴한 지 15년째 되는 '늙은이'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선진은 앞길이 창창한 유망주니까 더 자신감을 갖고 배팅을 하라는 뜻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오선진은 최근 5경기에서 19타수 3안타(1할5푼8리)로 다소 침체한 모습이다. 이런 오선진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극을 주기 위해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