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중간보고서, 투수진 운용이 명암갈랐다

최종수정 2012-07-13 09:17

프로야구 넥센과 SK의 경기가 1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김병현이 6회말 강판되고 있다. 김병현은 4피안타 5실점, 4사구 5개를 기록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비 예보를 접한 프로야구 감독들의 자세는 늘 엇갈린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 감독에게 비는 두말할 것 없이 불청객이다. 비로 인한 경기 취소가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부상 선수가 많은 팀, 집중력이 흐트러진 팀, 휴식이 필요한 팀에게 비는 단비가 될 수 있다. 팀 분위기를 추스를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또 비로 인한 일정 변경은 선발 투수 등 선수 개인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지난 달 말 시작된 장마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잡혀 있던 48경기 중 15경기가 비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이 기간 일정 중 31%가 뒤로 미뤄진 것이다. 팀별로 60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7월, 장마는 프로야구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김병현과 보름간의 휴식

때로는 긴 휴식이 독이 될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병현이 그랬다. 지난 달 26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던 김병현은 비 때문에 두 번이나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 뛰었다. 7월 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설 예정 있었는데, 6월 30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김시진 감독은 이날 선발 등판이 예고돼 있던 김영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휴식이 김병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어 김병현은 7월 5일 목동 한화전 선발 등판이 예고됐다. 상대 투수가 박찬호였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경기는 비로 취소됐고, 김시진 감독은 김병현을 다음날인 7월 6일 KIA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 경기까지 우천으로 취소됐다. 김병현은 이런 일정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보름간의 긴 휴식 끝에 12일 SK전에 선발 등판한 김병현은 5이닝 동안 홈런을 포함해 5안타에 5개의 4사구를 내주고 5실점했다. 최근 2연승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시즌 3패째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이 5.30으로 올라갔다.


7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6회말 삼성 선발 탈보트가 롯데 홍성흔을 내야 땅볼 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선발 투수는 보통 4~5일 휴식을 취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자신의 등판일에 맞춰 가벼운 캐치볼-불펜피칭-휴식으로 이어지는 선발 등판 준비 과정을 밟는다. 모든 게 선발 등판일에 맞춰 돌아간다. 그런데 김병현의 경우 우천 취소로 인한 극단적인 등판 일정 조정과 감독의 지나친 배려가 독이 됐다. 정민태 투수 코치의 말대로, 아직 20%가 부족한 김병현에게 필요한 것은 보름간의 휴식이 아니었다.


경기가 들쭉날쭉 열리는 장마철, 마운드 운용은 감독들에게 큰 고민거리다.

장마철 중간 성적

6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잡혀 있던 팀당 경기는 12게임. 두산이 10경기, 한화가 9경기를 소화했다. 롯데와 삼성, 히어로즈, LG, SK가 각각 8경기, KIA가 7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 동안 팀들 간에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은 7승1패로 선두를 달렸고, SK는 1승7패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두산이 8승2패, KIA가 5승2패로 삼성의 뒤를 따랐다. 반면, SK를 비롯해 2승6패로 가라앉은 LG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연패 중이던 SK 이만수 감독 입장에서는 이 기간에 우천 취소 경기가 굉장히 반가웠을 것이다.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가 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펼쳐졌다. 6연패를 기록중이던 이만수 감독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장마철 불규칙한 경기 일정이 팀 분위기와 맞물려 팀 성적에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마운드가 좋은 팀의 경우, 적절한 휴식과 등판 일정 조정을 통해 투수들로부터 최상의 구위, 최상의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주간 상승세를 이어간 삼성과 두산, KIA는 시즌 평균보다 낮은 2점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팀 평균자책점 2.25를 마크했고, 삼성과 KIA가 나란히 2.66을 기록했다. 마운드가 무너진 SK는 이 기간에 5.56을 기록했다. 삼성 권 혁과 탈보트, 넥센 밴헤켄, KIA 소사, 두산 노경은이 각각 2승씩 챙겼다.

7월 12일 현재 두산의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3.93이고, 삼성이 3.52, KIA가 4.27, SK는 3.98이다.

우천취소 경기가 잦았던 장마철에 투수진을 효율적으로 운용한 팀이 좋은 성적을 냈다고 봐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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