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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선발은 퀄리티스타트를 했고, 에이스는 허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필승 마무리까지 나섰다. 그럼에도 KIA는 졌다.
KIA는 17일 광주 홈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 돌입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4승34패4무로 정확히 승률 5할을 기록하던 KIA로서는 이번 3연전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3연전이 모두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컸지만, 어쨌든 이 연전의 결과로 선동열 감독이 설정한 전반기 목표 달성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않았던 선 감독은 전반기 최종 목표를 '승률 5할'에 맞춰두고 있었다. 6월 중순까지 5할 승률에서 -7경기까지 벌어졌던 KIA는 6월 23일 광주 SK전부터 7월 1일 대전 한화전까지 무려 7연승을 거두며 5할을 회복했다. 당시 선 감독은 "전반기는 이런 정도로 마치면 좋겠다. 승률 5할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전반기를 5할 승률로 마무리하면 주전 선수들의 건강이 회복되는 후반기 들어서 상위권 도약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희망이 깔린 목표다.
다음으로 에이스 윤석민의 불펜 등판이다. 0-2로 뒤지던 7회, KIA 마운드에는 선발 서재응을 대신해 윤석민이 올랐다. 올해 처음있는 불펜 등판이다. 이 기용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윤석민은 지난 1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왔다가 1⅔이닝 만에 강판당하는 수모를 맛봤다. 그러면서 자존심이 크게 상한 윤석민에게 지는 상황에서 불펜으로 나서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선 감독의 결단이다. 반드시 이번 경기는 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것이 필승 마무리 최향남 기용이다. 윤석민은 불펜에서도 에이스다운 책임감을 보이며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추격의 기회를 열어놓았다. 그러나 3이닝까지 소화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랐다. 결국 선 감독은 여전히 0-2의 스코어가 이어지던 9회초 필승 마무리 최향남을 올렸다. 지난 8일 목동 넥센전 이후 8일 동안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투입할 만도 했다. 그러나 믿었던 최향남은 9회초에 2점을 헌납하고 만다. KIA 타선이 9회말에 2점을 뽑은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아쉬운 실점이었다.
최강 투수조합의 패배가 주는 데미지
정리해보자. 어떤 팀이든 에이스를 내고도 질 수 있다. 국내 최강 마무리인 삼성 오승환도 블론 세이브를 할 때가 있다. 삼성의 필승 계투진도 종종 붕괴된다. 각각의 독립 변인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지는 것은 한 시즌에 기록하는 수십 번의 패배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이 독립 변인들이 한꺼번에 압축된다면 어떨까. 그 패배가 팀에 안겨주는 데미지는 매우 클 것이다. 뛰어난 2선발과 불펜으로 잠시 변신한 에이스, 그리고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마무리가 모두 나섰는데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KIA가 바로 이런 상황을 맞이했다.
우선적으로 선수단의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다. 보통 에이스가 나와서 지거나 연패에 빠지면 선수단의 기세는 크게 떨어진다. '오늘은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오늘도 안되는 구나'라는 실망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희망이 좌절로 전환되는 순간, 심리적 충격은 몇 배로 커진다.
또한 타자들의 위축감도 발견할 수 있다. 이날 두산전 패배는 다분히 타선의 침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8회까지 KIA는 4안타 5볼넷을 얻어내면서도 점수를 뽑지 못했다. 결국 0의 행진이 마운드의 힘을 더 소진시키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패배는 후반기 KIA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 극심한 타격부진과 장타력의 실종,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후반기에도 KIA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