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의 강속구, 이젠 타자들이 더 편하게 느낀다

기사입력 2012-07-25 08:57



리즈가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타자들은 더이상 강속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160㎞에 이르는 강속구 투수, LG 리즈의 이번 시즌은 험난하기만 하다. 시즌 전 급하게 마무리로 변신을 꾀했지만, 볼넷을 남발하다 선발로 돌아왔다. 선발 복귀 후 성적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선발로 13경기에 나와 2승5패 평균자책점 4.61. 주키치에 이어 팀의 두번째 선발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성적이다.

코칭스태프의 배려, 5일 휴식 후 등판

승운이 없거나 한 것도 아니다. 마무리투수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자멸하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24일 잠실 두산전도 그랬다. 4⅔이닝 6실점. 올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이다.

당초 로테이션 상으로는 김광삼이 등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칭스태프는 김광삼에게 하루 휴식을 더 주고 리즈를 선발로 예고했다. 이는 리즈가 믿을 만한 투수였기에 그런 게 아니다.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일정을 맞춰주기 위함이었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 뒤 LG는 리즈에게 또다시 실패가 없도록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등판 일정 조정 역시 그 일환이었다. 그나마 5일 휴식 후 등판했을 때 성적이 무난했기에 이번에도 날짜를 맞춰줬다.

하지만 리즈는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배려에서 또다시 엇나갔다. 타선의 득점지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둔 5회에 무너졌기에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삼성과 LG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LG 선발투수 리즈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리즈는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1회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2안타와 4사구 4개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7.12/
150㎞대 강속구? 타자들은 오히려 편하게 느낀다


리즈는 이날 1회부터 부단히 코너워크에 신경을 쓴 피칭을 선보였다.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지만, 그동안 제구 문제로 고전했던 그다. 타자 입장에선 눈에 띄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은 그냥 내버려 두면 됐다. 그러다 불리해진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그리고 다소 볼끝이 약한 그 공을 공략하면 됐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지만, 리즈는 타자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록 그 공이 자신의 머리로 날아올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들지언정, 홈플레이트 앞으로 오는 공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는 것이다. 컨택트가 좋은 국내 타자들은 가운데로 몰린 공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하는 공이나 원치 않은 코스로 들어온 공은 배트 컨트롤을 이용해 커트해내면 그만이다.

이날 두산 타자들도 그랬다. 좀처럼 헛스윙은 없었고, 어떻게든 공을 커트해냈다. 1회 총 31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헛스윙은 단 한차례 나왔다. 김동주가 초구에 크게 방망이를 돌린 게 전부였다. 오재원은 초구를 제외하고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모든 공을 커트해내며 8구까지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국내 타자들의 배트는 나오지 않는다. 지치는 건 마운드에 서있는 리즈 뿐이다.

2회부턴 그토록 신경 쓰던 코너워크가 무뎌졌다. 늘어난 투구수에 자포자기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향해 공을 뿌리는 데 치중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복판으로 몰린 공을 두산 타자들이 놓칠 리 없었다. 최주환과 오재원이 친 안타 모두 한복판으로 몰린 공이었다.

리즈를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최주환은 경기 후 "아무래도 리즈의 주무기가 직구이기 때문에 원하는 코스를 보고 들어갔다"고 했다. 최주환은 2회 우익수 오른쪽으로 2루타를 날릴 때 절묘한 배트 컨트롤을 선보이기도 했다.

리즈의 2구째 152㎞짜리 직구는 다소 이른 타이밍에 최주환의 배트에 맞았다. 히팅 포인트가 지나치게 앞에서 형성됐을 경우, 파울라인을 벗어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최주환은 팔로 스윙 시 손목에 힘을 빼며 타구의 궤적을 죽였다. 그 결과 파울라인과 우익수 사이에 떨어진 2루타가 나왔다. 이는 리즈의 직구 볼끝이 가볍고, 배트로 충분히 컨트롤해낼 수 있는 정도라는 증거다.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의 후반기 첫 경기가 24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두산 최주환이 2회말 1사 3루에서 우익선상 2루타로 타점을 올리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7.24/
유일한 해법은 '양날의 검' 체인지업 뿐?

절망적인 모습만 보인 건 아니다. 3회 1사 2,3루 위기를 맞은 뒤부터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리즈는 김재호와 정수빈을 범타로 잡아낼 때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통한다는 생각이 들자, 4회와 5회 땐 직구 비율을 줄이고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리즈의 변형 체인지업은 포크볼처럼 떨어지는데 구속은 보통 130㎞대 후반에서 140㎞대 초중반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지난해 이 공은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 리즈는 직구와 슬라이더(슬러브)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체인지업을 자주 구사했다. 하지만 다른 투수의 직구 스피드와 비슷한 이 체인지업은 타자들에겐 너무나 쉬운 공이었다. 떨어지는 각도 밋밋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 공을 조금 다듬고 나왔다. 이제 떨어지는 각은 커졌다. 하지만 가끔 브레이킹이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실투다. 5회에도 실투성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이원석과 이종욱이 연속안타를 날렸다. 대량 실점의 빌미였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과 점점 통하지 않는 직구, 이젠 체인지업을 다듬는 게 마지막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선수에게 팀이 어디까지 인내심을 보일 지 미지수다. 착한 심성을 가진 도미니칸, 리즈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의 2012 프로야구 경기가 8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LG 선발 리즈가 1회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강판 당하고 있다. 리즈는 1회에 안타와 볼넷으로 3점을 헌납하고 만루 상황에서 강판 당했다. 리즈의 자책점은 4점이 됐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07.08/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