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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탈출구가 없을만큼 절망적일 때가 있다. 앞이 캄캄할 정도로 암담한 순간,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찾아온다. 어쩌면 그게 바닥이다. 그 때부터는 올라갈 일만 남는다.
27일 KIA전은 바티스타의 야구인생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한국 무대 데뷔 후 첫 선발 등판. 벼랑 끝에 오른 마운드였다. 불펜 수행 능력에 대해 더이상 기대할 수 없던 시점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 멋지게 살렸다. 5⅔이닝 2안타 1실점. '한국 온 뒤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 비율인 것 같다'는 관계자들의 말처럼 이날 만큼 바티스타는 '제구력 문제아'가 아니었다. 86개만에 내려간 바티스타에 대해 한대화 감독은 "70개쯤 던지게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던졌다"며 "앞으로 선발 기회가 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발 연착륙의 긍정 신호는 또 있다. 생각보다 원활했던 슬라이드 스텝이었다. 한 감독은 "퀵 모션을 걱정했는데 1.35초 정도로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상대팀 선동열 감독도 "이날 구위면 15승도 하겠다"며 깜짝 변신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흐뭇한 한 감독의 기분을 하루 더 유지시켜준 투수, 유창식이었다. 손목부상으로 빠져있던 그는 28일 KIA전에 돌아왔다. 복귀하자마자 고교 시절 익숙한 광주구장 마운드서 눈 부신 호투를 펼쳤다. 7⅔이닝 동안 단 1안타 1실점. 올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패스트볼로 KIA 타선을 압도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유창식은 "초반 슬라이더가 좋지 않아 힘들었지만 직구가 괜찮았던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60%를 넘기지 못한 스트라이크 비율, 볼넷 4개를 내준 제구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완벽하게 제구된 몸쪽 패스트볼은 도저히 칠 수 없는 공이었다. 김상현 안치홍 등을 스탠딩 삼진으로 솎아낸 몸쪽 공을 언제든 던질수만 있게 된다면 유창식의 백조 탄생이 머지 않았다.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미세한 승부처에서 갈린다. 전반기 한화는 결정적 순간 약했다. 꼭 필요한 순간, 득점타가 나오지 않았다. 수비와 주루 실수로 자멸한 경기도 많다.
하지만 후반기 한화는 딴판이다. 4승 중 3승이 역전승. 특히 KIA전 2경기는 타이트한 한두점 차 승부에서 승리를 완성해냈다. 주목할 점은 타선의 고른 활약이었다. 타선의 중심인 '4할 타자' 김태균이 2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한 가운데 이룬 역전승이라 의미가 두배. 장성호 김경언 이여상 신경현 이대수 한상훈 오선진 등 고른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2경기 연속 경기 후반 역전승을 이끌었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전반기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집중력을 발휘하며 투수들의 호투를 도왔다. 이틀 연속 세이브를 기록한 새 마무리 안승민을 비롯, 불펜진도 잇단 위기 속에 박빙의 리드를 집중력있는 피칭으로 잘 지켜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