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필사의 피칭 대미 장식했다

기사입력 2012-10-04 21:17


4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전력피칭을 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0.04/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한국야구 최강 에이스의 마지막 무대는 강렬했다.

4일 한화-넥센전이 벌어진 대전구장은 류현진 물결로 넘쳐났다.

8900여 관중은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류현진을 연호했고, 혼신을 다해 하나 하나 뽑아내는 명품 투구에 눈을 떼지 못했다.

한화의 시즌 최종전에서 류현진은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시즌 10승과 탈삼진왕을 확정하기 위한 마지막 도전이었다.

올시즌 이후 미국 진출을 노리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마지막 등판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지막 무대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서는 류현진을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이날 등판 일정을 류현진 스스로 선택하도록 배려했다. 지난달 25일 두산전에서 9승째(9패)를 챙긴 류현진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상대로 넥센을 꼽았다.


한 대행과 선수들은 시즌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빛나는 주연이 될 수 있도록 그의 선택을 수긍했다.

그러자 류현진은 불같은 피칭으로 화답했다. 7시즌 연속 10승, 200탈삼진 돌파, 시즌 최종전 승리, 해외 스카우트의 시선잡기 등 남들에게 없는 4가지를 만족시키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우선 두 얼굴의 피칭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만큼은 피칭 자세부터가 달랐다. 류현진은 볼을 뿌릴 때마다 팔로스루를 한 뒤 머리를 땅에 처박을 듯하며 3루쪽을 바라봤다.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온힘을 다해 마운드가 꺼질 듯이 활개를 친 뒤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 연이어 포착됐다.

볼을 뿌리고 난 뒤 포수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던 이전의 피칭자세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의 피칭을 했는지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류현진이 한 번 마음 먹으면 당할 타자가 없다. 얼마든지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라는 선배 김태균의 증언이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류현진의 괴력은 기록에서도 여실하게 나타났다. 류현진은 일찌감치 전설의 선동열(KIA 감독), 고 최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시즌 통산 198탈삼진으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류현진은 2회초 선두타자 박병호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00' 고지에 올라섰다. 데뷔 시즌인 2006년(204개) 이후 프로생활 7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200탈삼진 기록을 세운 것이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한 선수가 2차례 이상 200탈삼진을 달성한 것은 류현진이 세 번째다.

선 감독은 1986년(214개), 1988년(200개), 1991년(210개) 등 3차례, 최동원은 1984년(223개)과 1986년(208개)에 2차례 대기록을 남겼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괴물'은 이후 거침없었다. 5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벌이면서 삼진 갯수를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5회초 박헌도와 문우람으로부터 연속 삼진을 잡아냈을 때 총 탈삼진은 205개가 됐다. 2006년에 세운 자신의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우는 괴력투였다.

이후 삼진 4개를 추가하며 이날 11탈삼진을 건진 류현진은 시즌 통산 209탈삼진을 기록했다. 역대 한 시즌 탈삼진 랭킹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탈삼진 행진을 등에 업고 나니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경이적이었다. 이날 류현진이 상대한 타자는 총 32명. 이 가운데 초구 스트라이크가 20개로 무려 63%에 달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1회 최진행의 선제 솔로포 이후 한화 타선은 침묵했다. 7회 넥센 강정호에게 동점포를 허용하며 승리마저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자 연장 10회 류현진의 역투는 다시 빛을 발했다. 이례적으로 10회까지 등판한 것부터가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이었다. 투구수가 120개를 넘겼는데도 다시 머리를 처박아가며 시속 153㎞까지 찍으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결국 1사 2, 3루의 위기를 삼진과 범타로 막아낸 뒤 아쉽게 퇴장했다.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류현진 생애 가장 전력을 다한 경기라고 호평받기에 충분했다.

마운드를 떠나는 류현진의 등 뒤에 굉음처럼 쏟아진 '류현진' 연호가 그의 마지막을 축복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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