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8회초 2사 1루에서 박준서가 우월 동점 투런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08/
'크레이지 B맨' 3호는 과연 누굴까.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6개월에 걸쳐 133경기를 치른다. 그러다보면 각 팀 전력에 따라 일정한 형태의 승패 경향성이 나타난다. 평균적인 형태로 수렴하는 그 '경향성'의 결과물이 바로 '순위'다. A라는 약체팀이 한 두 차례 강팀인 B팀을 이길 수는 있지만, 이를 반복해서 치르다보면 B팀의 승리가 더 많이 쌓이는 식이다. 통계와 평균이 프로야구 순위에 적용된 결과다.
그러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은 다르다. 단기전 승부가 재미있는 점은 바로 정규시즌에 잘 나타나지 않는 '의외성'이라는 측면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긴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분명 C팀이 D팀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었는데, 막상 단기전 승부에서는 D를 누르는 경우다.
롯데는 올 시즌 정규시즌 4위로 3위 두산보다 성적이 분명 나빴다. 시즌 막판 최악의 부진에 빠진 탓이다. 어쨌든 정규시즌 순위만으로 보면 '두산은 롯데보다 강팀'이라는 표현에도 무리가 없다.
9일 잠실야구장에서 2012프로야구 준PO 2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가 두산에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9회 역전포를 날린 용덕한이 함차게 배트를 돌리며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10.9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는 이런 정규시즌의 순위가 무색해지고 있다. 롯데는 서울 원정 1, 2차전에서 모두 두산에 역전승을 거두며 2승으로 치고 나갔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 승부의 묘미인 '의외성'이 잘 나타난 결과다. 이제 롯데는 1승만 더 보태면 플레이오프에 올라 SK와 자웅을 겨루게 된다.
단기전에서의 이같은 '의외성'은 특히나 전혀 기대치 않았던 선수에 의해 표출되는 일이 많다. 흔히 '미치는 선수'라고 표현하는데, 타고난 스타플레이어나 간판 주전이 아닌 이른바 'B급 선수'들이 대형사고를 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소속팀이나 상대팀 모두 크게 주목하지 않던 선수가 예상 밖의 상황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줄 때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롯데의 경우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통해 각각 '박준서'와 '용덕한'이라는 '크레이지 B맨'들이 탄생했다. 박준서는 3-5로 뒤지던 1차전에서 8회초 대타로 나와 동점 2점포를 쏘아올렸고, 용덕한은 1-1이던 2차전 9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폭발시켰다. 이들은 나란히 1, 2차전 MVP로 선정됐다.
사실상 이들의 활약이 아니었으면 이길 수 없는 상황이지만 승운이 롯데 쪽에 있었는지 박준서와 용덕한은 예상 밖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어떤 전문가는 그래서 "롯데가 올해는 가을의 운을 톡톡히 누리는 것 같다"며 준플레이오프보다 더 윗 라운드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기도 한다.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 1루서 대타로 나선 롯데 박준서가 우중월 2점 홈런을 친 후 손용석 등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10.08.
그렇다면 롯데가 플레이오프에 오르기 위한 '1승'을 만들어 줄 제3의 '크레이지 B맨'은 과연 누가 될까. 물론 반드시 '크레이지 B맨'이 있어야만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두산과 힘과 힘으로 맞붙어 이기는 경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전 승부의 짜릿한 묘미는 역시 '드라마'가 있을때 배가 된다. 주목받지 않았던 'B맨'이 깜짝 스타로 거듭나는 장면에 팬들은 더 큰 열광을 보낸다.
현재 엔트리 상에서보면 왼손 대타 전문요원으로 이번 가을잔치에 합류한 김문호나 오른손 대수비, 대타전문 손용석 등이 세 번째 '크레이지 B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롯데 양승호 감독은 김문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 구성을 앞두고 "두산의 높은 마운드를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왼손 전문대타가 절실하다"던 양 감독은 그 고민의 해결책으로 김문호를 낙점했다.
1, 2차전에서는 선배들의 활약에 가렸으나 3차전 이후로 김문호 혹은 손용석이 예상 밖의 스타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쩌면 이들처럼 눈에 띄지 않는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지켜보는 것도 가을잔치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