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이겼더니 탈락하더라' 플레이오프 3차전의 딜레마

기사입력 2012-10-18 11:42


프로야구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16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2대1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16/

'이겨야 해? 말아야 해?'

단기전에서 1승의 중요성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이 소중하다. 5전3선승제(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와 7전4선승제(한국시리즈)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에서의 1승은 그만큼 더 다음라운드 진출이나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이정표가 된다. 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이기는 게 정답이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SK와 롯데가 꽤 미묘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두 팀은 1승씩 주고받아 1승1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상황. 상식적으로 보면 3차전에서의 승리가 균형축을 무너트리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의 원동력이 될 듯 하다. 당연히 두 팀 모두 3차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는 또 '통계'를 무시할 수 없는 종목이다. 누적된 역대 기록이 어떤 일정한 경향성을 보인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바로 여기에서 SK와 롯데의 딜레마는 시작된다. '플레이오프 3차전, 꼭 이겨야 하나?'가 바로 두 팀을 고민스럽게 하는 딜레마의 실체다.


201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SK와 롯데의 경기가 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전준우와 팀동료들이 10회말 까지 가는 접전끝에 5대4의 승리를 지킨후 환호하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17/
전혀 말도 안되는 고민 같지만, 역대 사례에서 나타난 통계를 따져보면 일면 수긍도 간다. 8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8차례(99~2000년은 드림, 매직리그로 나뉘어 2회씩 치러짐)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올해처럼 1승1패인 상태로 3차전에 들어간 것은 총 12번(86, 87, 92, 95, 2000 매직리그 두산-LG, 2001, 2002, 2004, 2006, 2008, 2010, 2011) 나왔다.

그런데 이 중 무려 7차례나 오히려 3차전에 진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12번 중 7번, 확률로는 무려 58%나 된다.

86년 삼성과 87년 해태는 모두 OB를 상대로 3차전을 졌지만, 4~5차전을 이겼다. 92년 롯데 역시 해태를 같은 식으로 눌렀다. 2000년에는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가 열렸는데 드림리그 2위 두산이 매직리그 1위 LG를 상대로 1승2패에서 내리 3연승을 따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1승1패' 상황에서 3차전 패배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를 확률은 무려 80%(5차례 중 4차례)나 됐다.

하지만 2000년이 지나 '21세기 야구'가 되자 상황이 약간 변했다. 7번의 '1승1패'경기 중 '3차전 패배팀=한국시리즈 진출'의 결과는 3번만 나왔다. 우선 2002년 LG가 KIA를 상대로 이런 일을 해냈다. 플레이오프가 7전4선승제로 다시 바뀌었던 2008년, 두산은 삼성에 1승2패에서 3연승을 거둔다. 그러자 삼성은 플레이오프가 5전3선승제로 환원된 2010년에 두산을 다시 만나 3차전 패배 후 2연승을 따냈다.


7회 중 3회, 확률로 치면 42.9%다. 앞서 '20세기 야구' 때에 비하면 확률은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역전승'의 가능성은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전체를 합친 확률도 60%에 육박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은 아니다.

도대체 왜 '3차전에 지면 한국시리즈에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와 같은 황당한 역사적 통계가 성립된 것일까.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제시하기 힘들다. 워낙 폭넓은 시간대에 걸쳐 서로 다른 팀들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이런 식의 설명은 가능하다. 즉, 1승1패에서 3차전 패배가 오히려 팀의 사기를 진작시켜준다는 것이다. 부연설명을 하면, 1승1패 상황에서 3차전에 졌다고 곧바로 탈락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탈락의 위기가 조금 더 짙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이 되면 뒤지고 있는 팀에서는 마치 '배수의 진'을 친 듯한 자세로 총력전을 펼치게 되고, 결국 4차전을 따내 동률을 이룬다.

상황이 이렇게되면 다급한 쪽은 리드를 잡았던, 즉 3차전에 이겼던 팀이다. 3차전 승리 후 '다 이겼다'는 식의 안도감에 빠져있다가 상대가 턱밑까지 추격해오면 당황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5차전에서는 어이없는 실책 등으로 자멸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결국 '3차전 패배=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 증가'의 공식은 야구에서 심리상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알려주는 색다른 통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가을, 과연 이런 이색적인 통계가 또 현실화될 지 궁금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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