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인 롯데, 흔들리는 거인군단

최종수정 2012-10-23 16:10

롯데 양승호 감독(왼쪽)의 모습.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롯데가 이상하다.

한국시리즈 진출 좌절이 아쉽긴 하다. 5차전 혈투 끝에 졌다. 하지만 롯데는 잘 싸웠다. 포스트 시즌을 통해 강해졌다. 대부분 부산 야구팬이 느끼는 정서다.

이제 내년 시즌을 착실히 준비하면 된다. 양 감독은 3년 계약을 했다. 아직 계약이 1년 남았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직후 "책임지겠다"는 강도높은 발언을 했다. '사퇴 논란'이 일어났다. 정상적인 구단이라면 "그런 일은 없다"고 반박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미적거리고 있다. 부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구단 최고위층에서 '모종의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당연한 의심을 받고 있다. 흔들릴 이유가 없는 구단이 흔들리고 있다.

양승호 감독 거취에 대한 루머

시즌 전 롯데 전력에 대한 체감온도는 달랐다. 이대호와 장원준이 빠져나갔다. 대신 60억원을 들여 FA로 풀린 정대현과 이승호를 잡았다.

60억원의 '통 큰 투자'로 인해 롯데 고위 관계자들은 "우승가능한 전력"이라고 했다. 가장 큰 근거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했는데, 올해 약점인 중간계투진을 보강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야구 전문가들과 롯데 코칭스태프는 "4강이 쉽지 않다"고 했다.

시각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야구의 특성상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변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롯데가 우승가능한 전력은 아니었다. 롯데는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행이 좌절됐다. 잘 싸웠지만, 부족했다.

'양승호 감독이 우승하지 못하면 올 시즌을 끝으로 경질된다'는 소문은 올 시즌 내내 돌았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롯데가 부진하자 그런 루머의 농도는 더욱 짙어졌다. 양 감독도 "올 시즌이 끝난 뒤 롯데 감독으로서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양 감독과 롯데 구단이 언급하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있다. 뜬금없어 보였던 양 감독의 "책임지겠다"는 발언이 왜 나왔는 지도 이해가 된다. 양 감독의 사퇴논란이 불거졌지만, 롯데 장병수 사장은 "아직 말할 게 없다. 상황을 정리한 뒤 신임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감독에 대한 신임여부는 구단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다.(2+1계약이라는 설도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흔들 이유가 없는 양 감독의 거취문제를 롯데 스스로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야구팬은 몇명이나 될까.

양승호 감독의 승부수?

사실 뜬금없기는 양 감독도 마찬가지다. 잘 싸운 뒤 선수단 미팅에서 "책임은 내가 진다"는 강도높은 발언을 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양 감독의 승부수라는 얘기도 있다.

이해가 되긴 하다. 양 감독이 다른 구단의 사령탑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롯데 코칭스태프 중 양 감독이 데려온 코치는 하나도 없다.

감독이 물갈이가 될 경우 코칭스태프도 많은 변화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팀워크와 효율성을 위해서다. '김성근 사단', '김응용 사단'이라는 말은 흔히 쓴다. 최근에 김응용 감독이 한화로 갈 때도 그렇고, 이만수 감독이 SK에서 내부승진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롯데는 수석코치부터 주루코치까지 '양 감독의 사람'은 하나도 없다. 당연히 구단 측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코칭스태프 3명을 쓸 권한을 주겠다는 요청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내가 거부했다. 그렇게 될 경우 코칭스태프의 팀워크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연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승부수를 던졌다는 의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시리즈행이 좌절되자 양 감독은 구단에 대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강도높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가 흔들리는 시발점이 됐다.

광적인 응원열기를 가지고 있는 부산 야구팬은 '롯데'가 아니라 '자이언츠'라는 말을 자주한다. 구단으로서 '롯데'는 실망스럽지만, 부산 야구는 자랑스러워한다는 의미다. 그럴 만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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