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공수에서 가장 짜임새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SK는 빈틈을 찾기 어려운 팀이다. 특히 수비는 한국 프로야구 올스타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매년 큰 경기를 치르면서 쌓은 경험은 SK에 '가을야구 DNA'를 선물했다. 삼성이 한국 프로야구 최강팀이라면, SK는 가장 야구를 잘 하는 팀이다.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씨가 "오빠 밀어쳐"라고 해 유명해졌던 바로 그 밀어치기 홈런이 나왔다. 2001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1사 1,2루에서 우중월 3점 홈런을 터트린 후 10년의 시간을 두고 터진 연타석 홈런이다. 당시 삼성은 이승엽의 홈런으로 9-9 동점을 만든 뒤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좌타자인 이승엽은 밀어쳐서 좌익수쪽 안타를 때릴 때가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야구전문가들은 정규시즌을 마치고 2주 이상 쉰 정규리그 1위팀 타자들의 타격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웬만한 베테랑도 잔뜩 긴장하게 되는 한국시리즈다. 그러나 안방 대구구장에서 10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맞은 이승엽은 확실히 달랐다.
그동안 이승엽은 큰 경기에서 초반 부진하다가 중요한 순간 극적인 홈런을 쏘아올리곤 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때도 이승엽은 타율 1할4푼3리로 부진했는데, 마지막 타석에서 한방을 터트렸다.
일본과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때도 그랬다. 극심한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승엽은 2-2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결승 2점 홈런을 때렸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이승엽의 홈런은 마지막 순간 극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초반 부진-후반 맹활약' 공식을 깨트렸다.
SK 포수 조인성과의 인연도 재미있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쳤을 때 상대팀 포수가 조인성이다. LG 시절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없었던 조인성은 지난 겨울 SK로 이적해 꼭 10년 만에 이승엽을 만났다. 그러나 10년 전 그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때 초구가 직구였는데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쳤다"며 조인성에게 이번에는 그때를 생각하면서 볼배합 하라고 농담까지 했던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여유가 있었다.
복귀 첫 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 삼성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이승엽은 한국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렸다. 페넌트레이스1위를 확정한 직후 이승엽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야 무엇인가를 했다는 기분이 들 것 같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된 후에는 "한국시리즈가 기다려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전날 인터뷰에서 "상대 투수의 집중견제 때문에 홈런을 치기 어려울 것 같다. 정확한 타격으로 팀 플레이를 하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승엽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홈런이었다.
대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