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의 호투에는 항상 포수의 리드가 함께 한다. 배터리를 이루는 둘의 호흡이 좋아야 상대 타선을 무너뜨릴 수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서 삼성 선발 장원삼과 포수 진갑용은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6회초 정근우에게 솔로포를 맞았지만 SK 타선을 꼼짝 못하게 했다.
타석에 선 위치나 스탠스, 방망이를 잡은 손의 위치, 몸의 중심을 어디에 두는지 등을 모두 파악해 상대가 노리는 구종을 예측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지를 판단해 투수에게 구종과 코스 사인을 낸다. 당연히 타자가 노리는 공이 아닌 반대의 공을 던져 허를 찌르기도 하고, 비슷한 코스지만 공 한 개 정도 빠지게 유도해 상대를 유인할 때도 있다.
진갑용은 유인구를 많이 던지게 하기 보다는 승부를 빠르게 가지고 가는 스타일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1회초를 보자. 1번 정근우와 2번 박재상을 정면승부로 쉽게 잡아냈으나 최 정에게 2루타를 맞은 뒤부턴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쪽으로 리드를 다르게 가져갔다. SK 선수들이 주자가 없을 땐 적극적으로 치기 보다는 공을 많이 보려하지만 찬스가 오면 적극적인 타격을 하기 때문이다. 1차전서도 2-1로 앞선 6회초 1사 2루서 3번 최 정과 4번 이호준이 초구에 방망이가 나가 범타로 물러난 적이 있다. SK 타자의 적극성을 반대로 이용하자는 것.
2회부터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쓰며 빠르게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낸 진갑용은 3회말 대거 6점을 낸 이후부터는 더욱 적극적인 투구를 요구했다. 빠르게 승부를 걸며 투구수를 줄이려 했다. 5회초를 보자. 선두 모창민과의 대결서는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가운데 직구를 던져 스탠딩 삼진으로 잡았다. 2S에서 4구째에 바깥쪽 먼 볼을 던진 뒤 슬라이더로 유인할 것으로 예상한 모창민의 기대와는 달리 반대로 직구를 던지자 꼼짝없이 당한 것. 조인성에겐 2S 이후 3구째에 곧바로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모창민과는 반대로 직구를 기다리던 조인성은 슬라이더가 치기 좋은 높이로 오자 직구로 생각해 방망이를 냈지만 공은 원바운드가 돼 진갑용이 블로킹을 하면서 잡을 정도였다.
제아무리 수십년간 공 치는 것에만 매달린 프로야구 타자라 해도 자신이 그려놓은 코스를 벗어난 공을 때리기란 쉽지 않다.
진갑용은 이날 SK 타자들이 기다리는 것과는 정반대로 볼배합을 가져가 승리했다. 장원삼의 호투는 홈플레이트 뒤에 숨은 '고성능 리모콘' 진갑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