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만루 삼성 이승엽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역전타를 치고 있다. 정형식 밀어내기 후 볼카운트를 잡기 위해 채병용이 던진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0.28/
2012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2사 1루 삼성 조동찬이 중견수 뒷쪽에 떨어지는 1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박한이의 '사구 신경전' 직후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한 박정배의 한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0.28/
단기전, 조용한 전쟁이 펼쳐진다. 몸쪽 공을 놓고 투수와 타자가 벌이는 벌이는 승부. 전쟁 처럼 치열하다.
투수는 평소 몸쪽공이 부담스럽다.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반드시 좌-우 오차 범위 이내에 머물러야 한다. 계획대로 제구가 이뤄지지 않는 순간 몸쪽 공은 재앙이 된다. 가운데로 몰리면 장타를 맞는다. 타자 몸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면 몸에 맞는 볼이 된다. 양면성을 지닌 위험한 선택, 몸쪽 공. 총력으로 맞서는 단기전에서만큼 투수는 승부를 건다.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하면 더 이상 마운드에 머물수 없다.
투수로서는 몸쪽 승부 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 그 '상황 이후'가 중요하다. 역으로 생각해 타자 역시 마찬가지. 상대 투수의 몸쪽 승부가 흔들리는 상황 이후 노림수를 적극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KS 3차전. 몸쪽 승부를 놓고 SK 투수들과 삼성 타자들 간 치열한 심리전이 펼쳐졌다.
'밀어내기 볼넷' 직후 이승엽의 초구 노림수
0-1로 뒤진 3회초 삼성 공격. 무사 만루, 정형식 타석에 SK 벤치는 선발 부시를 내리고 채병용을 올렸다. 빼어난 제구력으로 몸쪽 승부를 잘하는 투수. 채병용은 스트라이크 2개를 먼저 꽂아 넣으며 정형식을 압박했다. 아웃코스 직구 볼을 하나 보여준 뒤 집요하게 유인구 3개를 몸쪽으로 연속으로 던졌다. 하지만 정형식은 꼼짝 않고 골라내 밀어내기 볼넷으로 1루를 밟았다. 동점 타점. 채병용으로선 투 스트라이크 이후 연속 4개의 볼을 던져 밀어내기를 허용한 셈.
대기타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승엽이 채병용의 심리 상태를 놓칠리 없었다.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밀어내기 동점 볼넷을 허용한 투수. 아무리 베짱 있는 채병용이라도 추가 밀어내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 없었다. 이승엽은 이 심리를 정확하게 읽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드러올 것을 예상했다. 실제 채병용은 초구에 135㎞짜리 슬라이더를 한 가운데로 던졌다. 이승엽의 배트가 컴팩트하게 돌았고 공은 좌중간에 톡 떨어졌다. 역전 2타점 적시타였다.
'사구 신경전' 이후 실종된 박정배의 몸쪽 승부
SK가 5-6으로 바짝 추격한 5회초 삼성 공격. 3회부터 등판한 SK 3번째 투수 박정배는 깜짝 호투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중이었다. 2사후 박정배의 초구 직구에 박한이가 허벅지 쪽을 강타당했다. 박한이는 화를 내며 박정배 쪽으로 다가 섰다. 주심과 포수가 박한이를 막아섰다. 양 팀 벤치에서 선수들도 살짝 나오다 머쓱하게 돌아선 반쪽짜리 벤치클리어링. 찔끔에 그쳤지만 이번 시리즈 들어 양 팀 벤치의 첫 신경전이었다. 상황적으로 박정배가 박한이를 맞힐 이유는 없었다. 몸쪽 공을 던지다 나온 우발적인 상황이었을 뿐이었다. 순간 아파서 그랬는지, 아니면 의도적 심리전인지는 모르지만 박한이의 도발은 성공적이었다.
착하디 착한 성품의 소유자 박정배로선 몸쪽 승부가 살짝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던 상황. 가뜩이나 4회 변화구를 던지다 배영섭의 헬멧을 맞힌 적이 있는 터였다. 결국 박정배는 더 이상 몸쪽 공을 던지지 못했다. 후속 조동찬 타석에 2구째 던진 146㎞짜리 직구가 한 가운데로 몰렸다. 조동찬이 친 타구는 중견수 키를 훌쩍 넘었다. 2사 후라 자동 스타트를 끊은 '상황 유발자' 박한이는 홈을 밟아 추가 득점을 올렸다. 호투하던 박정배는 몸쪽 공을 중단하는 순간 송은범에게 마운드를 물려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