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류현진, 이와쿠마 케이스 염려할 필요 없다

기사입력 2012-11-11 11:31



"2000만 달러 이상을 베팅한 구단이 최소한 한 팀 더 있다."

미국 CBS스포츠의 메이저리그 전문기자 존 헤이먼이 류현진(25)의 포스팅이 끝난 후 언급한 한 마디. 사실 포스팅시스템에서 2위 팀의 입찰액은 공개되지 않는다. 가장 큰 액수를 써낸 구단과 협상이 진행된다. 물론 2위 팀이 어딘지, 액수가 얼마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단독협상권'을 주기에 1위 팀과 협상이 결렬돼도 협상권은 가져갈 수 없다.

하지만 2년 전,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의 에이스 이와쿠마 히사시(31)는 2위 팀 입찰액의 중요성을 알리는 사례를 남겼다. 이와쿠마는 해외진출 FA 자격을 얻고 포스팅을 신청했다. 완전한 FA가 되려면 1년이 더 필요했지만, 이와쿠마는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기다리지 않았다.

선수 입장에서 포스팅 머니를 끼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것은 자신이 받을 연봉이 반토막 난다는 말과 같다. 보통 포스팅 금액을 기준으로 선수의 몸값을 예상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구단에선 선수 영입자금의 절반 가량을 '트레이드 머니'로 쓰는 것이다.

이와쿠마 선택한 '머니 볼' 오클랜드, 하지만…

2년 전 이와쿠마의 포스팅 때도 류현진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됐다. 류현진보다는 빠른 시기이긴 했지만, 10월 초 라쿠텐의 포스팅 수용 기사가 나간 뒤 포스팅을 보름여 앞두고 예상 금액이 나왔다. 당시 현지에선 10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 사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포스팅을 신청하기 직전, 라쿠텐이 1600만 달러 가량을 원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류현진의 경우 공개가 늦었지만, 포스팅이 끝나갈 때쯤 1000만 달러라는 한화와 류현진이 생각하는 최소 기준액이 나왔다.

당시 이와쿠마의 포스팅에서 승리한 구단은 오클랜드였다. '머니 볼'로 유명한 오클랜드는 당시 1910만 달러를 베팅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빅마켓 구단이 아닌 오클랜드에서 예상 외로 거액을 베팅한 데 대한 의구심이었다.

포스팅이 끝난 이상 구단의 몫은 끝난 상황. 공은 라쿠텐에서 이와쿠마 쪽으로 넘어갔다. 30일 간의 협상 기간. 하지만 이와쿠마와 오클랜드는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협상 당시 현지 언론에서 '이와쿠마가 배리 지토 수준(평균 연봉 1800만 달러)을 원한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이와쿠마 측 에이전트가 이에 반발해 협상 내용까지 공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실제 이와쿠마가 원했던 액수는 단기 계약일 경우 연간 1000만 달러 수준, 장기 계약일 경우 1000만 달러를 밑도는 액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당시 오클랜드가 처음부터 협상 의지가 없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와쿠마 측에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한 다른 일본인선수들과 비교해 불성실한 협상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게다가 오클랜드는 최종적으로 이와쿠마의 연봉으로 4년간 총 1525만 달러라는 초라한 액수를 제시했다. 역대 포스팅 4위에 해당하는 1910만 달러라는 베팅을 생각하면, 자존심 상하는 금액이었다.


이와쿠마는 결국 지난해 말 FA로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캡쳐=MLB.com
이와쿠마에게 베팅한 1910만 달러의 진실은?

당시 오클랜드가 거액을 베팅한 배경에는 같은 지구에 속한 시애틀에 대한 '견제'라는 말이 있었다. 오클랜드에 이어 두번째로 큰 입찰액을 써낸 구단이 바로 시애틀이었다. 시애틀의 입찰액은 고작 770만 달러. 오클랜드의 절반도 되지 않는 평범한 금액이었다.

시애틀은 일본인의 자존심과도 같은 스즈키 이치로가 뛰고 있던 팀. 게다가 일본 게임기업인 닌텐도의 미국법인이 대주주다. 이치로를 포함해 일본인 대상 마케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구단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와쿠마의 포스팅 도전 얘기가 나올 때부터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떠오른 곳이 시애틀이었다.

아무리 시애틀이 서부지구 약체라 하지만, 오클랜드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서 두고볼 순 없는 상황. 게다가 시애틀 외에 서부지구의 강자 텍사스도 당시 이와쿠마의 포스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오클랜드가 가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왔다.

물론 오클랜드가 완벽히 '허수'를 베팅한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 머니'라고 볼 수 있는 포스팅 금액과 연봉을 합쳐 미리 이와쿠마의 몸값을 산정해두고, 정해놓은 연봉만을 제시했을 수도 있다. 지나치게 큰 포스팅 금액이 반대로 이와쿠마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당시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은 협상 결렬 후 "이와쿠마는 1년 뒤 FA로 풀리는 선수"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와쿠마는 올시즌 연봉 150만 달러에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류현진, 이와쿠마와는 다르다

류현진은 이와쿠마 케이스를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2년 전 이와쿠마보다 많은 팀이 류현진의 포스팅에 참가했다. 게다가 2위 팀의 입찰액이 2000만 달러가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며 오클랜드처럼 '허수 베팅'이 아니란 게 증명됐다.

연봉 역시 자존심 상하는 액수를 제시할 일은 없다. LA다저스는 현재 '젊은' 선발투수를 원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외하면, 모두 내년이나 내후년에 계약이 만료된다. 크리스 카푸아노와 애런 하랑은 어느덧 30대 중반의 베테랑이고, 조시 베켓은 꾸준함이 보장되지 않는다. 게다가 노장 테드 릴리와 영건 채드 빌링슬리는 각각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불확실한 카드다. 선발진 구성에서도 류현진이 적어도 3~4선발로 뛰어줘야 할 선수라는 게 나타난다.

게다가 류현진의 협상권을 따낸 LA다저스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이는 스캇 보라스다. 협상의 귀재로 '악마의 손'으로 불리는 보라스는 벌써부터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FA자격을 얻는 2년 뒤를 노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애간장 태우기에 들어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2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삼성과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이날 경기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대거 구장을 찾아 류현진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9.12/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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