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에서 주류로' 넥센, 그리고 똑 닮은 GG 3인방

최종수정 2012-12-12 11:46


비주류라 불리던 구단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엘리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선수들과 함께 걷고 있다.

2012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주인공은 넥센 히어로즈였다. 1루수 박병호를 시작으로 2루수 서건창, 유격수 강정호까지. 9개 구단 중 최다인 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2008년 창단 이후 최다 수상이다.

창단 첫 황금장갑의 주인공은 트레이드 후 FA로 금의환향한 이택근이었다. 이택근은 창단 이듬해인 2009년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0년엔 정상급 유격수로 발돋움한 강정호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넥센은 웃지 못했다. 처음으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골든글러브를 포함해 개인 수상도 전혀 없었다.

사실 히어로즈는 창단 이후 매번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온 구단이다. 모기업 없이 운영되는 팀은 히어로즈가 처음이었다. 야심차게 '네이밍 마케팅' 도입을 선언했지만, 첫 해부터 가입금 분납 등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또한 기존의 주축 선수들을 팔아 구단 운영비로 쓴다는 의혹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트레이드로 떠나 보냈던 이택근을 50억원을 들여 다시 품에 안았다. 조금씩 히어로즈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난한 구단'이란 꼬리표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새 구단 운영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원활한 자금이 확보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MVP를 시작으로 각종 시상식을 휩쓴 박병호에게 내년 시즌 연봉 2억2000만원을 안겼다. 6200만원에서 무려 1억5800만원이나 올려줬다. 더이상 협상 테이블에서 아쉬운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구단도 선수도 어깨를 당당히 필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시상식 단골손님이었던 박병호와 서건창을 보면, 구단이 중시하는 가치를 알 수 있다. 철저하게 비주류로 지내온 히어로즈와 닮아 있다.

박병호는 만년 유망주였다. 3억3000만원이란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던 LG에서 트레이드 카드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데뷔 8년차 시즌이었던 올해, 당당히 넥센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홈런(31개)과 타점(105타점) 1위를 석권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가 됐다.


서건창은 신고선수로 프로에 들어와 1군에서 단 1경기 출전 후 방출된 '루저'였다. 그리고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이름 한 번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수많은 2군 선수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전역 후 테스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고, 김민성의 부상으로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돼 풀타임을 소화했다. 루저의 성공신화였다.

이장석 대표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이렇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류현진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들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철저히 비주류였다. 강정호도 이런 활약을 보여준 게 불과 3년 정도다. 박병호는 5년 이상 걸렸다. 서건창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다들 보통 밟는 엘리트코스보다 4년 정도 늦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주류의 성공, 이 대표는 구단과 닮아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주류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했다.

히어로즈는 올해 5살이 됐다. 뒤늦게 걸음마를 시작한 셈이다. 아장아장 걷는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언젠간 다른 팀들처럼 달리게 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12 팔도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한화 이종범 코치가 2루수 부문 수상자인 넥센 서건창에게 황금장갑을 건네고 있다.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2.12.11/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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