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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라이벌의 등장은 늘 새로운 긴장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경쟁을 하다보면 각자의 기량발전에도 크나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전체 판을 키우는 데에도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프로야구계에 '신 라이벌'이 등장했다. 향후 10년을 책임질 두 걸출한 젊은 내야수 KIA 안치홍(22)과 넥센 서건창(23)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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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간판스타이자 주전 2루수인 안치홍은 야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야구 명문 서울고에서 이미 2학년 때부터 주전 유격수로 나서며 2007 대통령배 타격 3관왕(최다타점, 최다안타, 최다홈런)을 차지해 그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 시작이었다. 2008년에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 선수권에 출전해 주전 2루수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 안치홍도 첫 실패를 맛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골든글러브 2연패를 노렸지만, 근소한 차이로 실패한 것이다. 다른 경쟁후보인 정근우(SK)와 서건창(넥센) 보다 타격 성적이 뛰어나 2연패가 예상됐지만, 불과 38표(서건창 154표-안치홍 116표) 차이로 좌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실패가 안치홍에게는 오히려 '입에 쓴 보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안치홍은 골든글러브에 연연하지 않고 있었다. 그보다는 자신의 수비력을 키우고, 내년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리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아가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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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성공의 달콤함, '잡초' 서건창은 흔들리지 않을까
안치홍보다 1년 선배인 서건창은 거친 바람과 비를 이겨낸 '잡초'다. 자기 스스로 '루저'라고도 했다. 지금껏 걸어온 길이 그랬기 때문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프로지명을 받지 못한 서건창은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그해 말 방출됐다. 그 사이 군복무도 마쳤다. 하지만 야구를 포기할 수 없던 서건창은 입단테스트를 통해 올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로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이어졌다.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고, 정규시즌 신인왕이 됐으며 연말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서건창 성공담'의 절정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였다. 2루수 부문 수상자로 그의 이름이 불리워지자 서건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실을 잠시 받아들이지 못했다. 울먹이면서 "정말 예상치 못했다"는 소감을 털어놓는 모습은 서건창이 그간 얼마나 비주류로 살아왔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화려한 시상식의 주인공은 애초부터 자신이 아닐거라고 여겼기에 더 큰 감격을 한 것이다.
올해의 활약으로 서건창은 단숨에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이로 인해 생애 첫 성공을 맛본 서건창이 내년시즌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지금의 서건창은 순박하고 우직하게 야구만 하고 있지만, 화려한 성공의 달콤함에 흔들릴 경우 자칫 '2년차 징크스'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많은 고난을 이겨내며 쌓인 서건창의 인내와 심지가 워낙 단단해 그럴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충분히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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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안치홍과 서건창이 자연스럽게 '엘리트' vs '잡초'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면서 향후 국가대표팀 주전 2루수 자리를 놓고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2루수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호타준족의 활용도 큰 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내년 초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대표팀 선발을 맡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와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아직까지는 정근우의 안정성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 주전 2루수인 정근우(SK)가 이제 30대에 접어들어 서서히 기력이 떨어지는 시기가 됐다. 따라서 미래 대표팀의 2루수 자리는 자연스럽게 안치홍과 서건창이 맡게될 전망이다. 이 자리를 놓고 두 선수는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 하고 긍정적인 경쟁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주전이 되고, 백업이 되든 이 둘의 경쟁력은 충분히 세계적인 수준에 손색없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