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프로야구 용병 몸값, 트라이아웃까지 검토?

기사입력 2012-12-18 09:14


11월 5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2012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 최우수 신인선수 선정 및 부문별 시상식이 열렸다. 승률1위 투수상을 받은 삼성 탈보트가 구본능 KBO 총재에게서 트로피를 받아들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11.05.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모두가 모르는 척 눈감고 있었던 규정.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연봉 규정이다.

구단들은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마다 거의 똑같은 계약금, 연봉을 발표한다. 하나같인 외국인 선수의 첫 해 연봉은 30만달러를 초과할 수 없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외국인 선수 보수 규정에 맞춰 총액 기준으로 30만달러로 발표한다.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력에 차이가 있는데도 그랬고, 영입 직전에 해당 선수가 소속됐던 리그, 팀 수준에 상관없이 그래왔다.

그런데 야구계에서 구단이 발표한 금액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올해만 해도 모 구단의 누구는 100만달러를 훌쩍 넘겨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았다거나, 모 구단 선수는 100만달러씩 2년을 계약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지방구단 감독은 "다른 구단은 죄다 100만달러에 육박하는 몸값을 주고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오는데, 우리 팀만 순진하게 규정을 지키느라 수준이 떨어지는 용병을 쓰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구단 프런트 출신 한 야구인은 "우리 야구 수준이 높아져 요즈음에 30만달러를 주고 데려와 써먹을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쓸만한 선수를 영입하려면 100만달러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해 구단 운영비가 하위권인 팀 또한 규정된 금액을 지키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모 구단 프런트는 "외국인 선수들끼리 서로 정보교환을 하기 때문에 다른팀 선수가 얼마를 받고 왔는지 알고 있다. 한 팀이 고고하게 규정을 지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내년 니퍼트(왼쪽)와 함께 할 용병 파트너는 누가 될까. 두산은 마무리 스캇 프록터를 포함해 5명의 후보를 놓고 면밀 검토에 들어갔다. 스포츠조선 DB
1998년 외국인 선수제도가 도입된 후 외국인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의 일부가 됐다. 도입 초기에는 우리보다 앞서가는 야구를 접한다는 취지까지 포함돼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올시즌 8개 구단 모두 팀당 2명씩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채웠는데, 팀 성적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투수력이 약한 팀은 외국인 투수에게 목을 매야하고, 일부에서는 외국인 투수 둘만 잘 뽑으면 해볼만 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웬만한 팀들은 1년 내내 스카우트팀을 가동해 국내 무대에서 통할만한 선수를 면밀하게 체크한다. 리그마다 특성이 있기에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 성적이나 영상자료만 보고 영입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적응 가능성을 따져보고, 선수 심성 등 여려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외국인 선수의 연봉 허수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한화는 17일 계약금 5만달러, 연봉 25만달러, 총액 30만달러에 외국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미국)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미국 현지 언론은 한화가 이브랜드와 최대 90만달러(약 9억6500만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언론은 보장금액이고 67만5000달러이고, 인센티브가 22만5000달러라고 세부 사항까지 공개했다. 한화 구단은 이 보도를 부인했으나 정황상 미국발 보도에 더 신뢰가 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화에 외국인 선수 규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걸까. KBO 규정에 따르면, 규정을 위반한 계약은 무효이고, 해당 구단은 당해년도에 추가로 외국인 선수를 뽑을 수 없다. 하지만 한화가 외국인 선수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사 밝혀진다고 해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한화가 외국인 선수 보수 규정을 어겼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면, 다른 구단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이브랜드.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아예 이참에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는 30만달러 규정을 수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어차피 외국인 선수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 규정에 현실적인 요인을 반영해야 한다. 이전에도 외국인 선수 연봉 액수를 높인 예가 있다. 금액을 현실적으로 조정한다고 해서 구단들이 칼같이 규정을 준수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터무니없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구단뿐만 아니라 KBO도 외국인 선수 연봉을 놓고 다각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연봉이 치솟은 건 구단간의 경쟁 과열이 주 요인인데, KBL이 시행중인 트라이아웃 도입까지 생각하고 있다. 일정 연봉을 정해놓고 참가자를 모집해 테스트를 한 뒤 구단들이 뽑는 방식이다. 지명을 받은 선수가 뒤늦게 다른 선택을 할 경우 향후 5년간 한국에서 뛸 수 없게 하는 등 제재규정이 뒤따라야 한다.

정근조 KBO 운영부장은 "구단들이 매년 연봉 재계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해 잘하면 다음해 계약 때 선수가 2~3배의 연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년 계약을 권유하고 있다. 또 1군에서 활용하기 위해 데려오는 외국인 선수 말고, 연봉이 낮은 젊은 선수를 2군에서 키우는 육성 외국인 선수제 도입도 검토해볼만 하다"고 했다.

또 구단간의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KBL이 시행중인 외국인 선수 계약에 관한 내용을 다른 팀 프런트가 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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