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소화전 사건 이후, 야구인생 가장 힘든 시간"

기사입력 2013-01-24 11:13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1.07/

'힐링캠프'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다. 프로야구에서도 힐링이 필요한 선수들이 분명 있다. 그 중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LG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다. 봉중근에게 2012년은 우여곡절의 한 해였다. 잊고 싶은 사건도 있었다. 평소 진심을 드러내기 힘들었던 부분, 오히려 얼굴을 맞대지 않은 전화 인터뷰라 기자도, 봉중근 본인도 허심탄회하게 묻고 답할 수 있었다. "사이판에서 몸도, 마음도 힐링 중이다"고 말한 봉중근. 스포츠조선 독자들을 위해 기꺼이 휴식시간을 반납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연봉 동결 논란 "내가 마지막에 하겠다 요청, 책임감 느꼈다"

LG의 올시즌 연봉 협상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선수가 바로 봉중근이다. 봉중근은 2012 시즌을 앞두고 구단이 주창한 신연봉제 정책에 의해 아픔을 겪어야 했다. 2011 시즌 부상으로 인해 단 4경기에만 나섰고 성적은 1승2패였다. 3억8000만원이던 연봉이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렇게 절치부심 2012 시즌을 맞았다. 리즈의 마무리 투수 변신 실패 후, 다른 답을 찾지 못하던 LG에 봉중근이 구원자처럼 나타났다. 마무리 투수로 변신,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다.

LG의 신연봉제 정책이라면 충분한 인상요인이 있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봉중근의 올시즌 연봉은 1억5000만원으로 확정됐다. 동결이었다. 연봉을 인상시키지 못한 아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도장을 찍지 않고 버티는 선수가 봉중근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있었던 소화전 사건이 오버랩되며 여론은 좋지 않게 형성됐다. 아이러니컬한 건 동결이 확정, 발표되자 팬들은 "LG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연봉 계약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봉중근은 "내가 구단에 가장 마지막에 협상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봉중근은 "솔직히 고참으로서 저지르면 안되는 행동이었다. 책임감을 느꼈다"고 설명하며 "팀이 선수단 연봉으로 책정한 금액은 정해져있다. 인상요인이 충분한 젊은 선수들이 먼저 협상을 하고, 맨 마지막에 내가 했으면 한다고 했다. 선수는 선수편 아니겠나. 인상 요인이 있는 내가 먼저 계약해버리면 후배들에 방해가 될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잘했을 때 연봉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려라'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그렇게 봉중근은 지난 7일 구단과 만난 첫 자리에서 제시액을 듣고 도장을 찍었다. 그는 "불만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하며 "내가 동결된 액수를 받았다는게 선수단에 '정신을 차리고 하자'라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제공=LG트윈스
소화전 사건 그 후 "야구 인생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2012년 6월 22일. 마무리 투수로 변신 후 13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잘 나가던 봉중근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팀이 5-3으로 앞서던 9회초 2아웃을 잡고 강민호에게 통한의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첫 블론세이브. 팀은 연장승부 끝에 역전패를 당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분을 이기지 못한 봉중근이 오른 주먹으로 덕아웃 뒤편 소화전을 때렸다. 손등뼈가 골절됐다. 신의 장난이었을까. 이날 경기 전까지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4강 진출 꿈을 꾸던 LG는 이후 12경기에서 10패를 당하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시즌 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책임을 봉중근이 홀로 떠안아야 했다.

봉중근에게 그 날의 사건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숨을 내쉰 봉중근은 "전체적으로 힘겨운 경기였다. 그리고 그 경기 결과에 따라 시즌 향방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이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날 3점을 선취한 LG는 롯데의 추격을 허용했지만 어렵사리 리드를 빼앗기지 않을 채 9회를 맞았다. 하지만 9회 2아웃을 잘 잡은 봉중근이 손아섭에게 초구 실투를 던져 안타를 허용했고, 강민호에게도 초구에 큼지막한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봉중근은 당시 상황에 대해 "롯데 타순이 1번부터 시작해 긴장을 많이 했다. 손아섭한테 안타를 맞는 순간 시즌 중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실투가 나와 스스로 화가 났다. 그리고 순식간에 홈런이 나오더라. 동료들이 힘겹게 승리 기회를 만들어놨는데 창피하고 면목이 없었다. 처음으로 블론세이브의 수모를 겪은 것도 참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봉중근은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덕아웃 분위기를 망칠 수 없어 참았다. 그 때 눈에 보인게 소화전이었다. 소화전은 강철, 콘크리트가 아니라 스테인리스 재질이다. 상대적으로 단단하지 않다. 평소, 화가 난 선수들이 부상 위험도 적고, 소리도 커 발로 차며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는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하지만 발이 아닌 주먹으로 친게 문제였다. 봉중근은 "치고 나서 손이 아팠다.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에 많이 무서웠다"고 당시의 심경을 솔직히 고백했다.

이후 팀이 추락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봉중근은 "야구 인생에서 최고로 힘든 시간이었다. 경기를 아예 보지 않았다. 너무 보고싶어 TV를 켰다가도 미안해 바로 끄는 일이 반복됐다. 선수들, 팬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무조건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렇게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봉중근은 "당시를 돌이키면 성숙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마무리 투수로서 마인드 컨트롤을 더 해야 하고, 동료들에게 더욱 믿음을 줘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얘기했다.

어깨 통증? "개막전에 무조건 맞춘다"

봉중근은 왼 어깨 통증으로 인해 오는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 어느 선수보다 태극마크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봉중근이기에 아쉬움이 앞선다. 하지만 아픈 상황에서 무리하게 중요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는 없었다.

봉중근은 현재 차근차근 재활 프로그램을 밟고 있다. 차명석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시즌 출격에 대해 때론 걱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어깨 통증에 대한 본인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봉중근은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재활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행 중"이라며 "중요한 건 지금 상태에서 악화되지 않고, 정해진 스케줄을 완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어 전망은 밟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3월 30일 개막전에 맞춰 몸상태를 100% 끌어올릴 수 있을까. 봉중근은 "개막전은 문제없다. 무조건 그 때까지 몸을 만들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을 조절할 생각이다. 나는 이제 재활에도 베테랑이지 않나.(웃음) 오버페이스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중근은 사이판 훈련장 한 켠에 걸린 구단 깃발에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라는 각오를 새겨넣었다. 그는 "내 좌우명이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한 발 더 뛰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