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모드' KIA 이범호, 반격의 선봉장되나

최종수정 2013-07-07 12:44

6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무사 1루서 KIA 이범호가 좌중월 2점 홈런을 친 후 덕아웃 앞에서 불펜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06.

"2009년의 느낌이 돌아온 것 같아요."

보통 선수가 다치게 되면, 부상 부위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략적인 복귀 시기가 나온다. "어떤 부위를 어떻게 다쳤으니, 향후 복귀에 몇 주 혹은 몇 개월"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경험에 근거한 추산치일 뿐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같은 부상을 당했더라도 다치기 이전의 상태를 완전히 회복하게 되는 시기는 각자 다르다. 그래서 부상 선수는 외롭다. 아무리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다친 본인만이 그 후유증을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이걸 명확히 타인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KIA 이범호에게 지난 2년간은 바로 이런 시기였다. 2011년 8월 7일 인천 SK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이범호의 '악몽'은 시작됐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치료를 받고, 훈련에 임했지만 몸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좌우 다리 근육의 밸런스 차이로 인해 타구에도 좀처럼 힘을 싣지 못하면서 이범호의 파워는 급격히 감소됐다.
6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8대6으로 역전승 한 KIA 이범호가 송은범과 환호하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06.
그러는 와중에 2012년에는 왼쪽 허벅지 쪽에도 통증이 생겼다. 투수든 타자든, 하체가 안정돼야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데, 이범호는 이 부분에 고장이 생긴 것이다. 출전 경기수가 줄어든만큼 이범호의 말수도 줄었다.

스스로의 부진으로 인해 팀에 누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이범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성치 않은 허벅지로 인해 마음먹은 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범호는 외로웠다.

그러나 이제 이범호의 '고독한 시간'은 끝이 났다. 두 허벅지가 모두 예전의 건강했던 상태로 돌아가면서 드디어 잃어버린 밸런스와 힘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페이스를 보면 이범호의 부활이 확실히 이뤄진 것 같다. 스스로도 "역대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2009년의 느낌이 난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범호가 말하는 '2009년'은 개인이 평가하는 역대 베스트 시즌이다. 당시 한화 소속의 이범호는 전경기(126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2할8푼4리에 25홈런 79타점을 기록했다. 공수에서의 알토란같은 활약 덕분에 이범호는 시즌 종료 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계약해 해외진출에 성공한다. 그 영광의 시기와 같은 페이스를 되찾은 것이다.

이범호의 부활이 확연히 드러난 것은 6일 광주 롯데전에서였다. 이날 5번타자로 나온 이범호는 1-5로 뒤지던 6회말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2점 홈런으로 포문을 연 뒤, 5-6으로 따라붙은 7회 무사 만루에서 2타점짜리 역전 결승타를 때려냈다.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KIA가 이범호에게 지난 2년간 바라던 그 모습이 제대로 나온 것이다.

이날 홈런으로 이범호는 시즌 홈런수를 13개로 늘렸다. 이대로라면 2009년 이후 맥이 잠시 끊겼던 '시즌 20홈런' 고지에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범호 스스로도 "이제는 하체가 안정이 되면서 타구에 마음껏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그간 양쪽 다리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이제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기뻐하고 있다.


KIA로서도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특히 이범호의 홈런포는 올해 늘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했다. 이범호가 홈런을 친 12번의 경기에서 KIA는 무려 9승1무2패를 거뒀다. 승률이 무려 8할1푼8리나 된다.
이범호의 홈런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이범호의 홈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팀 동료투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후배투수들이 따로 찾아와 "제가 나가는 날 홈런좀 쳐주세요"라고 말할 정도다. 이범호는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는 게 목표다. 또 지금 윤석민의 승수가 적은데, 앞으로 석민이가 던지는 날 승리에 도움이 되는 홈런을 치겠다"며 꾸준한 활약을 약속하는 동시에 부진에 빠진 후배를 걱정하는 선배의 배려심도 함께 보여줬다. 모처럼 제 모습을 찾은 이범호가 KIA의 후반기 대반격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지 기대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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