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신축구장 3000억원 공약은 어디로 갔나?

기사입력 2013-09-12 09:33



"3000억원까지 쓸 수도 있다."

지난 2011년 1월. 프로야구 제9구단 유치에 나섰던 창원시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금 해당부서는 다른 인사들로 바뀌었지만, 야구단 유치 당시에만 해도 창원시 관계자들은 "창단 승인만 된다면, 세계에서도 손꼽힐 수 있을 만한 야구장을 짓겠다. 구체적으로 예산이 책정되진 않았지만, 최대 3000억원까지 투입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물론 정확히 3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당시 그 인사는 "적어도 금액 때문에 고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우선시 돼야 할 것은 창원시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구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과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창원시가 자신했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전락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요구대로 2만5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건립해야 한다면, 그 차액만큼 구단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3000억원 자신하더니, 250억원 국비 보조 못 받아서…

야구단 유치전에 나섰을 때와 지금은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당시 흘러 나왔던 20년 이상의 장기임대권과 무상 임대, 구장의 네이밍라이트 및 광고·상업시설 영업권 이전 고려 등의 얘기는 쏙 들어갔다. 시 예산 3000억원을 쓸 수 있다던 창원시는 지금 250억원이 없어 야구장 규모를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창원시는 현재 1078억원의 사업비 중 250억원을 국비로 충당하려 한다. 국비를 받으려면 안전행정부의 투·융자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올해 두 차례나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사업비 축소를 요구하며 지난 7월 2차 심사에서도 '재검토' 판정을 내렸다. 평균 관중이 8000명대(10일 현재 8412명)이고, 광역시인 광주(2만2000여석)와 대구(2만4000석) 신축구장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미 리모델링돼 홈경기를 치르고 있는 마산구장의 활용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NC가 현재 홈경기를 치르고 있는 리모델링된 마산구장. 스포츠조선DB

창원시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야구장 건립이 불가능하다면서 규모를 2만2000석(의자 고정석 1만8000석, 외야 잔디석 4000석)으로 축소하려 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도 1078억원으로 일부 축소됐다.

박 시장은 앞서 신축구장에 투자했던 삼성과 KIA의 전례를 들고 있다. 삼성과 KIA는 대구와 광주 신축야구장에 500억원, 3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과거 야구단 유치 시 했던 약속을 떠올리면, 다른 구단과 비교는 옳지 않다. 당시 창원시는 KBO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NC에 부담을 지우지 않은 건 당시의 약속이다. 창원시는 '3000억원'이라는 자신감까지 내보이며, 모두를 설득했다.

KBO도 훌륭한 조건 탓에 창원시의 손을 들어줬다. 광역시급 도시가 아닌데도 처음으로 연고권을 줬다. 그런데 지금 와서 창원시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마치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모습 같다.

창원시의 신축야구장 문제는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평행선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진해 지역으로 야구장 입지를 정해 논란을 일으키더니, 이젠 규모를 두고 싸우고 있다. 창원시와 KBO, 양측 모두 물러나겠단 생각은 없다.

융화되지 못하는 마-창-진, 야구장이 제물이다?

창원시는 구 마산-창원-진해 지역이 통합돼 광역시급 매머드 도시로 재탄생했다. 야구단 유치는 '통합 창원시'의 치적을 위한 매력적인 카드였다. 하나가 된 창원을 '스포츠 메카'로 만들어 시민들의 통합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했다. 애초에 창원시가 감당하기엔 힘든 조건이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신축구장 문제는 좀처럼 융화되지 못하는 '마-창-진'의 지역 정치 논리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처음부터 야구장 입지는 통합 창원시의 신규 시청사 입지 문제와 얽혀 있었다. 마-창-진 균형 발전이 그 논리였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 홈 개막전에 앞서 리모델링된 마산구장 개장식을 하고 있는 박완수 창원시장(가운데)과 구본능 KBO 총재(왼쪽), 김택진 NC 구단주. 스포츠조선DB
현재 마산 지역 정치인들은 통합 창원시에서 '마산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조차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난해한 문제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지난 7일 신축 야구장 문제를 포함해 창원시가 벌이는 지역 사업에 대한 국가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예산안 확정에 앞서 의원들의 힘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마산 지역 의원이 서로 갈등을 드러내고, 야구장 얘기가 나오자 진해 쪽 의원과도 마찰을 빚었다. 원래 간담회의 취지 대신 갈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현재 창원시의 정치지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처음엔 마산 지역 정치인들도 시청사 유치를 원했지만, 통합 시청사마저 현 창원시청사로 확정되자 진해로 간 야구장 입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창원시에게 신축구장은 그저 '지역 정치'의 제물일 뿐이다.

NC 다이노스 구단 측에선 그저 창원시가 처음 야구단을 유치할 때 공언했던, '창원시민을 위한 구장'이 되길 바랄 뿐이다. 당시의 진정성을 찾길 원한다. 하지만 창원시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언젠가부터 상호간의 신뢰는 사라졌고,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됐다. NC와 KBO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만약 KBO가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연고지 박탈 등의 최후 수단까지 꺼낸다면 창원시도 법적 수단을 꺼낼 것이다. 상호협약서에 적힌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양측의 법정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야구장에서 땀 흘리는 NC 다이노스 선수단, 그리고 그들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창원시민만 애꿎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NC의 홈구장인 창원 마산구장 덕아웃과 라커룸 사이 복도에 새겨져 있는 '정의 명예 존중'. 이는 NC다이노스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다. 사진제공=NC다이노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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