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와 5번타자 강정호는 올시즌 각각 52개, 4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 이후 사라졌던 50홈런 계보를 11년만에 이었고, 강정호는 유격수 최초 4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둘이 합작한 홈런은 총 92개. 이는 팀 홈런 최하위 LG 트윈스의 90개보다 많은 수치다. 공교롭게도 넥센의 플레이오프 상대는 LG다.
단기전에서 홈런은 분위기를 뒤집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한 방에 승부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 이미 준플레이오프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최경철이나 스나이더의 홈런이 경기, 그리고 시리즈 향방을 좌지우지한 사례가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도 다르지 않았다. 2-3으로 뒤진 6회말 1사 2,3루서 대타로 나선 윤석민이 결승 스리런포를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경기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거포들은 침묵했다. 물론 박병호와 강정호는 각각 1안타, 2안타씩을 기록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아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심타자로 성장한 둘은 지난해 데뷔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박병호는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에 홈런을 날린 10번째 선수가 됐다.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포로 가을야구 데뷔를 신고한 것이다.
이후 두산은 고의4구를 비롯해 의도적으로 박병호와의 승부를 피하며 그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박병호는 마지막 5차전 때는 0-3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1,2루에서 극적인 동점 스리런홈런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가기도 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서 박병호는 타율은 2할(20타수 4안타)에 그쳤지만, 결정적인 홈런 두 방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강정호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서 타율 1할3푼6리(22타수 3안타)에 그쳤다. 무엇보다 홈런과 타점이 하나도 없었다. 국제대회 때 맹활약하며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것이라 보였지만, 이상하리만큼 부진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박병호와 강정호가 살아난다면, 넥센은 보다 쉽게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둘은 넥센 타선의 '핵심'이다. 이들의 장타가 터지기 시작하면, 점수를 짜낼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다소 불안요소가 있는 마운드 운용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박병호에게는 지난해 강렬한 포스트시즌 데뷔에도 상대의 집중견제로 인해 남은 아쉬움을 떨쳐낼 기회다.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강정호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과연 박병호와 강정호의 홈런포는 언제 터질까. 이들의 홈런포가 터지는 날, 넥센으로선 마지막 남은 심적 부담감을 털어내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