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할 따름이다."
노 감독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깊게 패여 꼭 상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은 팀의 중심타자인 최진행이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징계를 받자 사과부터 했다.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선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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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경기 전 한화 최진행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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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과와는 별도로 다시 팀을 어떻게 수습하고 이끌어갈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게 남아있다. 반도핑규정 위반으로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의해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최진행의 공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페넌트레이스가 절반 가량 치러진 시점. 상위권과 하위권이 극명하게 갈리는 시기다. 본격적으로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시기다. 그런데 하필 이런 때 최진행이 어리석은 규정 위반 행위로 인해 팀 운용이 어려워진 것이다. 김 감독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일단 최진행은 아무리 빨라야 8월초에나 돌아올 수 있다. 물론 이 때 곧바로 1군에 돌아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우선 긴 공백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제대로 남아있을 리 없다. 훈련 등으로 컨디션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전 감각은 별개의 문제다. 직접 경기를 치러봐야 한다. 그래서 징계가 풀리더라도 일단은 2군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다시 찾아야 한다.
또 여론도 의식해야 한다. 최진행의 금지약물 복용에 대해 프로야구 팬들은 큰 실망감을 갖고 있다. 비록 최진행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인이 선물한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된 근육강화제를 먹었지만, 그래도 잘못을 저지른 걸 덮을 순 없다. 특히나 애초에 최진행이 근육 강화제를 복용한 이유 자체가 '경기력 강화'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올해 정규시즌 내에 돌아오지 못할 경우도 가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최진행이 빠진 자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당장 타율 3할1리, 13홈런 42타점짜리 타자가 없어진 셈. 전술적으로는 '외야수비' '지명타자' '5~6번 타자'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최진행의 공백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도식화 해보면 사실 대안이 없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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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7회초 1사후 김경언이 좌월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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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강력한 호재가 곧 생긴다. 5월 말까지 공수에서 팀의 보배같은 역할을 해왔던 김경언의 컴백이다. 지난 5월26일 대전 KIA전에서 사구에 종아리를 맞으며 부상을 당한 김경언은 현재 재활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의학적으로는 100% 완치 판정을 받았고,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1군 복귀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다. 일반적이었다면 경기 감각 회복을 위해 퓨처스리그에서 몇 경기를 소화한 뒤 7월초 복귀가 예상됐다. 그러나 '최진행 사태'라는 변수 때문에 이 과정을 생략하고 전격 복귀할 가능성이 보인다. 이미 포수 정범모도 재활을 마친 뒤 2군 경기 출전없이 곧바로 1군에 돌아온 사례도 있다.
김경언의 복귀는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일단 '외야수비'. 수비력으로 보면 김경언은 최진행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다. 그래서 김경언이 오면 당장 좌익수 혹은 우익수로 나서며 최진행의 공백을 지워버릴 수 있다. 게다가 지난 23일에 1군에 등록된 장운호나 송주호 이성열 등도 외야 수비가 된다. 쓸 카드는 만다.
다음으로는 '지명타자' 분야다. 이 부분도 대안이 많다. 지명타자 자리에 나설 선수가 한 둘이 아니다. 우타자로는 일단 김태완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얼마전까지 햄스트링 증세를 겪은 김태균도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박노민도 있다. 좌타자로는 이성열 이종환이 준비된 상태다. 여기에 더불어 재활 중인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까지 돌아오면 지명타자 자리도 경쟁이 치열해진다.
마지막 키워드인 '5~6번 중심타자'는 타순 조정을 세밀하게 해서 커버해야 한다. 결국 지명타자로 투입되는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하는데, 최진행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을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일단은 꾸준히 기용하거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타순을 조정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대안일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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