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진행 공백' 메울 대안은 많다

최종수정 2015-06-25 18:05

"팬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할 따름이다."

노 감독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깊게 패여 꼭 상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은 팀의 중심타자인 최진행이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징계를 받자 사과부터 했다.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선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느낀 것이다.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경기 전 한화 최진행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1/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과와는 별도로 다시 팀을 어떻게 수습하고 이끌어갈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게 남아있다. 반도핑규정 위반으로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의해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최진행의 공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페넌트레이스가 절반 가량 치러진 시점. 상위권과 하위권이 극명하게 갈리는 시기다. 본격적으로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시기다. 그런데 하필 이런 때 최진행이 어리석은 규정 위반 행위로 인해 팀 운용이 어려워진 것이다. 김 감독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일단 최진행은 아무리 빨라야 8월초에나 돌아올 수 있다. 물론 이 때 곧바로 1군에 돌아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우선 긴 공백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제대로 남아있을 리 없다. 훈련 등으로 컨디션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전 감각은 별개의 문제다. 직접 경기를 치러봐야 한다. 그래서 징계가 풀리더라도 일단은 2군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감각을 다시 찾아야 한다.

또 여론도 의식해야 한다. 최진행의 금지약물 복용에 대해 프로야구 팬들은 큰 실망감을 갖고 있다. 비록 최진행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인이 선물한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된 근육강화제를 먹었지만, 그래도 잘못을 저지른 걸 덮을 순 없다. 특히나 애초에 최진행이 근육 강화제를 복용한 이유 자체가 '경기력 강화'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올해 정규시즌 내에 돌아오지 못할 경우도 가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최진행이 빠진 자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당장 타율 3할1리, 13홈런 42타점짜리 타자가 없어진 셈. 전술적으로는 '외야수비' '지명타자' '5~6번 타자'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최진행의 공백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도식화 해보면 사실 대안이 없진 않다.


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7회초 1사후 김경언이 좌월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19/
무엇보다 강력한 호재가 곧 생긴다. 5월 말까지 공수에서 팀의 보배같은 역할을 해왔던 김경언의 컴백이다. 지난 5월26일 대전 KIA전에서 사구에 종아리를 맞으며 부상을 당한 김경언은 현재 재활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의학적으로는 100% 완치 판정을 받았고,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1군 복귀 시기를 조율하는 중이다. 일반적이었다면 경기 감각 회복을 위해 퓨처스리그에서 몇 경기를 소화한 뒤 7월초 복귀가 예상됐다. 그러나 '최진행 사태'라는 변수 때문에 이 과정을 생략하고 전격 복귀할 가능성이 보인다. 이미 포수 정범모도 재활을 마친 뒤 2군 경기 출전없이 곧바로 1군에 돌아온 사례도 있다.

김경언의 복귀는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일단 '외야수비'. 수비력으로 보면 김경언은 최진행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다. 그래서 김경언이 오면 당장 좌익수 혹은 우익수로 나서며 최진행의 공백을 지워버릴 수 있다. 게다가 지난 23일에 1군에 등록된 장운호나 송주호 이성열 등도 외야 수비가 된다. 쓸 카드는 만다.


다음으로는 '지명타자' 분야다. 이 부분도 대안이 많다. 지명타자 자리에 나설 선수가 한 둘이 아니다. 우타자로는 일단 김태완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얼마전까지 햄스트링 증세를 겪은 김태균도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박노민도 있다. 좌타자로는 이성열 이종환이 준비된 상태다. 여기에 더불어 재활 중인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까지 돌아오면 지명타자 자리도 경쟁이 치열해진다.

마지막 키워드인 '5~6번 중심타자'는 타순 조정을 세밀하게 해서 커버해야 한다. 결국 지명타자로 투입되는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하는데, 최진행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을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일단은 꾸준히 기용하거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타순을 조정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대안일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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