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하이 시즌'. 말 그대로 프로선수가 자신의 경력 중에서 최고의 기록을 세운 시즌을 뜻한다. 모름지기 위대한 선수들은 끊임없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새롭게 고쳐 써내려갔다. 특정 시즌에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해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듬해 혹은 몇 년 후 더 뛰어난 기록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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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멈추지 않았다. 2009년에는 평균자책점이 2.90으로 약간 늘어났지만, 63경기에 나와 80⅔이닝을 던지며 5승7패 21홀드 6세이브를 달성했다. 경기수와 이닝수, 그리고 홀드 갯수에서 개인 최다 기록을 찍었다. 2010년에는 다시 평균자책점이 2.09로 떨어졌고, 개인 한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인 7승(1패)을 따냈다. 세이브는 4개, 홀드는 10개였다. 이렇게 2012년까지 확고한 필승조로 뛰면서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을 골고루 갈아치웠던 권 혁은 2013년 이후 팀내 입지가 줄었다. 하지만 FA로 한화에 온 첫 해인 2015시즌에 다시 '커리어 하이' 기록 경신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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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의 역대 한 시즌 최다 피홈런은 2004년의 12개였다. 이 당시는 본격적으로 필승조로 나서기 전이다. 입단 3년차라 힘은 월등했지만, 정교함은 떨어지던 시기. 그런데 11년 만에 이 당시의 피홈런 기록에 접근했고, 곧 이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건 충분히 우려되는 면이다. 특히 권 혁은 6, 7월에만 무려 7개의 홈런을 내줬다. 최근에는 지난 15일 청주 롯데전에 이어 후반기 첫 매치였던 21일 수원 kt전까지 2경기 연속 홈런을 맞았다. 번외 경기이긴 해도 18일 올스타전 때도 홈런을 허용했다.
홈런은 정면 승부를 즐기는 투수라면 언제든지 맞을 수 있다. 경기를 하는 과정에서 맞을 수 있다. 그런데 권 혁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일단 팀의 필승 마무리를 맡고 있다는 점, 그리고 6월 이후 부쩍 홈런을 많이 맞았다는 점에서 피홈런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을 예사로 넘길 수 없다. 우선 마무리는 박빙의 상황에 등장한다. 1점이 아쉽고, 그 1점을 막기 위해 올라오는 역할이다. 그런데 공격팀에서 가장 손쉽게 1점을 낼 수 있는게 바로 홈런이다. 게다가 상대팀에도 큰 허탈감을 안긴다. 다른 투수들은 좀 맞더라도 권 혁이 맞으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 보다 신중한 승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6월 이후 홈런의 급격한 증가도 우려된다. 많은 이닝과 경기수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구위가 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증거다. 피로에 의한 구위 저하는 쉬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화의 팀 사정상 권 혁이 마음놓고 쉴수는 없다. 결국 등판 타이밍이나 횟수, 그리고 볼배합 등을 잘 선택해 떨어진 구위를 메워줄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홈런을 피하는 데 있다.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