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슈퍼시리즈를 통해 최종 점검을 마친 야구대표팀은 6일부터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2015 WBSC 프리미어 12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프리미어 12는 8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21일까지 14일 동안 진행된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8일밤 일본 삿포로돔에서 일본과의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0대5로 완패한 뒤 한국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9회초 마지막 공격 때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간 이대호를 대주자로 교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의 답변이다. 당시 한국은 4번 이대호를 시작으로 5번 박병호 6번 손아섭까지 3명의 타자가 연속안타를 쳤음에도 점수를 내는 데 실패했다. 3안타 이후 후속타자들의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첫 안타를 치고 나간 선행주자 이대호가 발이 느린 타자였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김 감독은 "대주자 교체에 관한 생각은 했었다. 만약 1점을 내기 위해서라면 바꿨겠지만, 오늘은 5점 차이인 경기였다. 그래서 다음에 이대호가 타석에 돌아올 수도 있어 바꾸지 않았다. 어쨌든 점수가 못났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는 설명을 했었다.
하지만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로 인해 한국은 두 가지 딜레마를 떠안게 됐기 때문. 하나는 한국 야구의 또 다른 특징인 '뛰는 야구'가 향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두 번째는 앞으로 조별리그에서 순위 결정 과정에 마이너스 요소를 떠안았다는 점이다.
8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프리미어 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개막식에서 김인식 감독 등 선수단이 도열해있다.
쿠바와 슈퍼시리즈를 통해 최종 점검을 마친 야구대표팀은 6일부터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에서 2015 WBSC 프리미어 12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프리미어 12는 8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21일까지 14일 동안 진행된다. 삿포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08.
일단 첫 번째 요소. 한국은 그간 국제대회에서 주루 플레이로 재미를 많이 봤다. 사실 타격은 언제나 기복이 심하다. 잘 터질 때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루플레이'는 그렇지 않다. 야구계에는 '주루플레이는 기복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한국 대표팀은 그간 국제대회에서 이 격언을 영리하게 활용해왔다. 타격이 잘 안풀릴 때 선수들의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점수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대호는 이런 기민한 주루플레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선수다. 물론 이대호는 빼어난 타격 능력으로 이런 문제를 상쇄해왔다. 본인이 뛰는 대신 다른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맡아 소속팀 소프트뱅크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일본시리즈 MVP'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대호는 현재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다. 일본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사구에 맞아 오른손을 다쳤다. 그래서 8일 일본전 선발 기용여부가 불투명하기도 했다. 어쨌든 투혼을 앞세워 라인업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좋은 타격감은 아니었다. 4회에는 병살타를 치는 등 이날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결국 타격감이 부진한 이대호는 대표팀의 스피드를 크게 감소시키는 문제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딜레마는 바로 조별 예선 순위에 악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는 6개팀이 A, B조로 나뉘어 상위 4개팀이 본선라운드에 돌입한다. 예선라운드 승패 동률이 될 경우에는 승자승-팀성적지표-자책점 및 팀성적지표- 동률팀간 경기 타율-동전던지기 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여기서 팀성적지표(Team Quality Balace)란 (총 득점/총 이닝)-(총 실점/총 이닝)으로 산출된다. 쉽게 말하면 실점을 최소화하고 득점을 최대화하는 팀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8일 개막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만약 지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은 "지더라도 가능한 많은 득점을 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전 9회초는 두고두고 아쉽다. 김 감독의 말처럼 5점 차이인 경기였다. 이대호를 대주자로 바꾼다고 해서 순식간에 5점을 뽑을 수는 없다. 하지만 5점은 결국 1점을 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설령 역전을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 1, 2점의 추격점은 낼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졌더라도 TQB는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단 1점도 내지 못해 TQB에 큰 손해를 봤다. 향후 B조 순위 결정 과정에서 데미지로 남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국 벤치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