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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공중에 뜬 박병호, 넥센 같은 '구원의 팀' 없나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2-05 08:26


박병호 ⓒAFPBBNews = News1

야심차게 도전의지를 밝히고 미국행 비행기를 탄 박병호(31)는 현재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소속팀 미네소타 트윈스가 4일(이하 한국시각) 박병호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방출 대기' 조치를 해 '시장'에 올려놓았다.

2일 출국한 박병호는 당초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개인훈련을 한 후 2월 중순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를 2017시즌 팀 전력 구상에서 지명타자 1순위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미네소타 구단은 베테랑 구원 투수 맷 벨라일(37)을 영입하면서 40인 로스터에서 박병호를 제외했다. 박병호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빼서 벨라일이 들어갈 공간을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박병호를 '방출 대기'로 공중에 띄워 놓았다. 이 조치에 따라 박병호는 1주일 동안 다른 MLB 구단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박병호를 원하는 구단은 남은 계약 사항을 그대로 받는 조건으로 박병호를 영입할 수 있다. 박병호를 원하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미네소타 구단의 다음 조치가 있을 것이다. 현재 신분에서 초청 형식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 박병호는 2017시즌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작할 수 있다. 또는 양자가 남은 계약을 해지하고 박병호가 자유의 몸이 될 수도 있다.

박병호의 팀내 입지가 이렇게 불안하게 된 건 빅리그 첫 시즌인 지난해 성적 때문이다. 미네소타 구단은 2015년말 박병호를 영입하는데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 넥센 히어로즈에게 준 포스팅 금액이 1285만달러였다. 그리고 박병호와 4년 계약에 1200만달러(보너스 제외)를 썼다. 남은 3년 동안 보장금액만 900만달러가 넘는다. 박병호 영입을 주도했던 테리 라이언 단장은 지난해 시즌 중간에 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현재 미네소타 구단의 '칼자루'를 쥔 인물은 데릭 팔비 야구 부문 대표다.

박병호는 2016시즌 빅리그 62경기에서 타율 1할9푼1리, 12홈런-24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출발은 좋았지만 구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박병호 ⓒAFPBBNews = News1
그후 8월 오른손 중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박병호는 작년 9월 28일 귀국 후 휴식 및 재활 훈련을 해왔다.

빅리그 전문가들은 박병호의 파워는 인정한다. 그러나 박병호는 속구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삼진 비율이 높았고 출루율도 낮았다. 또 부상까지 당해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다. 박병호는 비시즌 동안 재활 훈련을 하면서 타격 폼을 간결하게 수정했다. 미네소타 구단도 박병호의 이런 노력을 알고 있다.

미네소타 구단은 현재 박병호 보다 더 젊은 케니스 바르가스(27)를 지명타자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바르가스는 지난해 박병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후 올라와 47경기에 출전, 타율 2할3푼, 10홈런-20타점을 기록했다. 바르가스의 성적이 박병호 보다 월등히 뛰어나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네소타 구단은 바르가스에게 먼저 기회를 주려고 한다.

데릭 팔비 대표는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조금의 시간이 있다. 박병호는 올해 지난해 했던 것 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에선 박병호를 영입할 팀이 나타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박병호와 미네소타의 남은 계약 조건을 봤을 때 다른 구단에서 박병호에게 큰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콜로라도 로키스 같은 팀들이 박병호 영입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병호가 이번에 이적하지 못하고 미네소타 구단에 계속 남을 경우 경기력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잃어버린 로스터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미네소타 구단이 박병호에게 주전 경쟁의 기회를 제대로 줄 지도 확실치 않다.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시련을 딛고 일어나 홈런타자로 최정상을 찍은 스타 플레이어다. 그는 꿈을 위해 빅리그에 도전했고 다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금 처한 박병호의 앞길은 불안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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