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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처음 무실점 경기를 했다. 5점차 리드에서 등판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또 장타를 허용했다. 문제는 다소 무뎌진 슬라이더다.
무엇보다 슬라이더 구위가 지난 시즌과는 다르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날카로운 슬라이더였다. 오승환은 지난해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1할6푼8리에 불과했다. 패스트볼(0.209)보다 더 적은 안타를 맞았다. 특히, 슬라이더 피장타율은 0.252였다. 슬라이더 구사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150km의 빠른 공에 슬라이더까지 가미하니,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 슬라이더가 다소 밋밋하다. 앞서 허용한 2개의 홈런 모두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았다. 공통적으로 슬라이더의 구속이 80마일 초반대에 머물렀고, 낙차가 크지 않았다. 12일 워싱턴전, 8회말 2사 1루에선 다니엘 머피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1B-2S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렸다. 어김없이 장타가 나왔다.
오승환의 구속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4.4마일(약 152km)까지 나왔다. 위력도 괜찮았다. 가운데 몰린 패스트볼도 범타로 이어졌다. 다만 1사 후 라이언 짐머맨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높게 형성되면서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제이슨 워스를 상대로는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상적인 제구였다. 오승환은 맷 위터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오승환의 주무기인 패스트볼은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난 시즌 위력적이었던 슬라이더의 구위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구속을 떠나 더 정교한 제구가 필요하다. 슬라이더만 제 모습을 찾는다면, 다시 끝판왕의 위용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