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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LG가 하루 뒤 밝힌 1박2일 혈전 뒷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6-28 18:24


사진=김 용 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역대 6번째 1박2일 매치. 롯데의 연장 12회말 끝내기 승리로 막을 내렸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상황들이 발생한 가운데, 양팀은 5시간38분의 혈투를 치렀고 양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길고 긴 승부에 혀를 내둘렀다. 따라가면 도망가고, 역전하면 다시 역전을 하는 혼란의 소용돌이. 과연 양팀 감독과 선수들은 하루 뒤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28일 양팀의 경기가 열리기 전 얘기를 들어봤다.

▶롯데 "레일리가 스파이크 신고 있었다."

롯데가 아찔했던 순간은 11회초. 투수 강동호가 손주인에게 사구를 내줬는데, 하마터면 헤드샷이 될 뻔 했다. 만약, 강동호가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면 롯데에는 더 나올 투수가 없었다. 야수 중 공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그가 마운드로 가면 그 수비를 메울 선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헤드샷처럼 보였다. 그 순간 29일 선발 예정이던 브룩스 레일리가 스파이크를 주섬주섬 신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라도 마운드에 올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헤드샷이 아니었고 강동호도 퇴장당하지 않았다. 손주인도 큰 부상을 피했다.

롯데는 내야수가 없어 이대호가 모처럼 만에 3루수로 이동해 늦게까지 남은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2011년 6월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루수로 출전한 후 첫 경험이었다. 조원우 감독은 "전준우, 이우민도 생각했는데 그래도 송구가 가장 안정적인 이대호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대호쪽으로 타구는 한 차례도 가지 않았다.

롯데는 9회초 수비에서 강민호를 교체했는데, 공교롭게도 연장 2번의 결정적 찬스에서 강민호 타순 교체로 들어간 김사훈이 들어섰다. 책임감 강한 강민호가 교체 사인을 냈고, 벤치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강민호를 빼줬는데 그게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강민호는 "참고 뛰려면 뛸 수 있었다. 그런데 더 뛰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하며 "오늘 경기 문제 없이 나간다"고 밝혔다.

연장 10회 결정적인 동점 3타점 2루타를 친 김문호는 "안타를 친 기쁨보다 얼른 끝나고 자러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입가에 미소는 남아있었다. 선수부터 매니저, 프런트까지 롯데에서만 산전수전 다 겪은 엄정대 책임은 "내 야구 인생에 이런 경기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조 감독은 "힘들었다"고 짧게 답했다.

▶LG "허프 대타 카드도 생각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수척한 모습으로 덕아웃에 나타났다. 평소 전날 경기에 져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양 감독인데 이날만큼은 힘든 기색을 내비쳤다. 양 감독은 "잠을 제대로 못잤다. 아직도 몽롱하다. 경기를 돌이켜보는데,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10회초 5점을 낸 후 10회말 시작할 때 신정락을 빼고 진해수를 바로 넣었어야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사실 신정락이 더 던지고 진해수로 막으면 이동현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10회말 투수 운용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며 안타까워했다.


LG는 12회초 투수 이동현까지 타석에 들어섰다. 1루주자 채은성이 도루를 하다 아웃이 돼 이동현이 끝까지 타격은 하지 않았지만, 도저히 나갈 선수가 없던 상황. 양 감독은 "사실 허프까지 대타로 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투수가 괜히 나갔다 부상을 입기라도 할까봐 생각을 바로 접었다"고 했다. 작년 한국에 온 허프는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타격, 번트 훈련 등을 했고 실전도 소화했기에 이동현보다 확률은 분명 높았다. LG는 롯데와 달리 윤지웅과 유재유라는 불펜 투수도 뒤에 남아있었기에 충분히 고려할 만한 작전이었다.

아무래도 패한 LG이기 때문에 자책하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베테랑 정성훈은 "9회초 내가 찬스에서 타점을 냈으면 연장까지 안갔는데"라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1사 만루 삼진이 여전히 생각난다고 했다. 8회 강민호에게 뼈아픈 동점 투런포를 허용한 김지용은 "이런 경기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 잊고 다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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