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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야 어떻든 이기고 볼 일이다.
그러나 8번째 10승 도전에 나선 이날 박세웅은 올시즌 가장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심리적 부담감을 어쩌지 못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3안타를 내준 것이 이날 박세웅의 심신의 상태를 말해줬다. 그러나 5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지며 선발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 타선은 1-4로 뒤진 4회초 삼성 선발 황수범과 불펜투수 최충연을 상대로 5안타와 3볼넷을 묶어 7점을 추가, 전세를 8-4로 뒤집으며 박세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3점차로 앞선 7회초에는 김문호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행히 롯데 타선이 이어진 4회초 공격에서 흐름을 빼앗아왔다. 8-4, 4점차 리드를 안고 4회말 마운드에 오른 박세웅은 1안타 무실점으로 이닝을 넘겼지만, 승리 요건의 '마지막' 관문인 5회는 쉽지 않았다. 선두 러프에게 우측 2루타를 맞고, 조동찬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3점차로 쫓겼다. 이때 조원우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올라가 박세웅을 다독였다. 그때 투구수는 이미 97개. 감독의 격려에 힘을 얻은 듯 박세웅은 이원석을 좌익수 플라이, 박한이의 고의4구 후 이지영을 1루수 땅볼로 제압하며 가까스로 5이닝을 채웠다.
박세웅은 평균자책점이 2.89에서 3.11로 치솟았다. 시즌 내내 유지해온 2점대 평균자책점을 잃는 대신 데뷔 첫 10승을 얻은 셈이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만큼 박세웅으로선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