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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순위가 결정나는 막판 레이스. '운 없는' 팀들의 손해는 어쩔 수 없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3연전일 때는 일주일에 많아야 2번 이동하지만, 2연전 체제에서는 최대 3번 경기장을 옮겨야 한다. 짐을 싸고, 풀고의 반복이다.
8월 중순이면 이미 팀당 100경기 이상을 치러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동으로 인한 체력 소모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을 연고로하는 롯데 자이언츠나 창원 NC 다이노스, 광주 KIA 타이거즈의 경우 가뜩이나 이동하는 거리가 많은데 2연전이 더 부담스럽다.
KBO도 고충을 알고 있지만 "당장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최선의 답변이다. 입장 수익 등 직접적인 돈 문제가 얽혀있는 홈-원정 배분과 우천 순연 경기 발생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16차전을 현재의 3-3-3-3-2-2가 아닌, 격년제 3-3-3-3-3-1 편성도 고려해봤다. 이번 실행위원회에서도 이 제안이 나왔으나 반대하는 구단들이 있어 결국 결렬됐다. 아니면 시즌 경기수를 줄이거나 늘려야 하는데 이것도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장 내년에는 아시안게임 휴식기까지 있어, 경기수를 더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체 매출로 직결될 경기수 축소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동 거리에 따른 차이는 분명히 있다. 2연전 체제를 실시한 지난 2시즌 동안의 성적이 말해준다. 2015년 8월 4일부터 2연전이 시작됐고, 이 기간 동안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NC(0.673)였다. 2위부터 삼성(0.633)-넥센(0.531)-두산(0.529)-LG(0.468)-SK(0.462)-롯데(0.457)-kt(0.438)-한화(0.408)-KIA(0.400) 순이었다. 상위권팀들의 성적보다 당시 치열하게 전개됐던 중위권 싸움 결과가 흥미롭다. 5위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3~4경기까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마지막에 웃은 팀은 롯데, KIA를 꺾은 SK였다. SK는 당시 8~9월에 수도권 연전이 편성되며 일정상 유리했고, 반면 롯데는 9월초 원정이나 다름 없는 울산-광주-잠실-문학으로 이어지는 '지옥의 8연전'을 소화하면서 분전했으나 끝내 마지막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2015시즌을 9위로 마감한 LG와 10위 kt가 2연전이 시작된 이후 시즌 승률보다 훨씬 높은 성적을 냈던 것도 인상적이다.
2016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2연전 시작 후 승률은 NC(0.673)-삼성(0.633)-넥센(0.531)-두산(0.529)-LG(0.468)-SK(0.462)-롯데(0.457)-kt(0.438)-한화(0.408)-KIA(0.400)였다. LG와 마지막까지 4~5위 경쟁을 치열하게 했던 KIA는 당시 이동거리상 SK, LG보다 훨씬 불리했고 해당 기간 승률 꼴찌를 기록했다. KIA가 9월에 인천-광주-수원, 대전-광주-창원-수원 등의 험난한 레이스를 펼친 반면, LG는 9월에 치른 21경기 중 홈 경기가 13번이었다.
물론 지방팀이 무조건 불리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전력이 월등하다면, 이동거리의 영향을 받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정 운이 없는 팀들이 영향을 받은 것만큼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간 2연전 시리즈 최고 수혜자였던 NC도 올해는 6경기에서 2승4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NC는 지난주 인천-창원-잠실에 이어 이번주 광주-창원-고척으로 이어지는 험난한 이동 일정으로 짐 싸기를 반복하고 있다. 동시에 누적된 피로와 어긋난 투타 밸런스 때문에 팀 성적이 떨어져 고민이 많다.
NC의 부진과 두산의 약진으로 시즌초부터 유지됐던 2강 체제도 깨졌다. 무섭게 치고 올라선 두산은 17일부터 30일까지 수도권 12연전을 치른다. 원정 이동 거리 부담이 큰 NC, KIA에 비해 체력적인 손실을 아끼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의 일정 구성이 남은 선두 싸움에도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