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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불운이 후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8월 들어 무서운 속도로 승수를 쌓아가며 반등에 성공한 롯데는 억울한 판정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심판이 판정을 번복할 수는 있다. 비디오 판독 요청 제한시간 적용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판정 번복이 두산측의 어필이 제기된 자리에서 즉시 이뤄진데다 양팔을 벌려 손을 펴는 세이프 시그널도 모호했고 즉각적이지 않았다. 여기에 심판진은 5분이 넘도록 항의를 이어간 조 감독에게 퇴장 조치를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운영 미숙 또는 판정 실수를 인정한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물론 조 감독이 어필을 간단히 마치고 30초가 지나기 전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거나, 심판진이 30초가 지났더라도 판정을 번복한 점을 고려해 롯데 측의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5월 21일 LG 트윈스전에서는 박진형이 석연치 않은 포크 판정을 받았다. 7월 20일 울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손아섭의 홈런 타구가 비디오 판독 결과 2루타로 번복되는 희대의 '오독' 사태가 일어났다. 판정 시비가 일어난 경기에서 롯데는 모두 패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롯데가 심판원들에게 밉보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패배로 27일만에 2연패를 당한 롯데는 64승56패로 4위를 지켰지만,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가 1.5경기로 줄었다. 롯데는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인한 억울함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로 인해 흔들릴 수 있는 팀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보다 중요한 과제다. 넓게 보면 심판의 실수나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전력을 추스르는데 안간힘을 써야 한다.
롯데는 후반기에 23승12패1무(승률 0.657)로 두산(28승7패2무, 승률 0.80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가 8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탄 원동력은 마운드 안정이다. 선발진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팀이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7일 넥센전에서 린드블럼이 5⅔이닝 9실점하고, 이날 레일리가 초반에 4실점하는 등 선발투수들이 시즌 종료 한 달을 앞두고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박세웅 송승준 김원중 등 토종 선발들에게도 이같은 난조가 생길 수 있는 시점이다.
심판 판정을 두고 피해 의식에 사로잡힐 경우 '큰 것'을 놓칠 수 있다. 선발진 안정에 만전을 기해 온 조 감독이 로테이션 운영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