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1982년 프로 원년부터 '베어스'의 이름을 유지해 온 명문구단이다. 묵직한 팀 컬러를 앞세워 지금껏 수많은 홈런타자를 양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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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리그 kt와 두산의 경기가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두산 박건우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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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는 지금껏 단 한명도 없었다. 창단 36년만인 2017시즌, 그것도 최종전을 불과 1경기 앞둔 143경기 째에 간신히 이 영광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이 탄생했다. 2009년에 입단한 9년차 젊은 외야수 박건우가 구단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것이다.
박건우는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1회초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2사 후 타석에 나와 볼카운트 2B에서 상대 선발 배영수의 3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전날까지 19홈런-20도루를 기록 중이던 박건우는 이로써 팀의 시즌 143번째 경기에서 기념비적인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박건우로서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밟아보는 고지다. 올 시즌에는 KIA 타이거즈 버나디나,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에 이은 세 번째 기록. KBO 통산으로는 47번째 기록이다.
그런데 이 기록은 베어스 역사에서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박건우 이전까지 프로 36년간 나온 총 46명의 '20-20클럽' 가입자 중에서 베어스 소속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 다소 의외다. 과거 김상호-우즈-심정수-김동주 등 KBO 역사를 대표할 만한 홈런 타자들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바로 '스피드'였다.
이제껏 베어스 소속 선수로 한 시즌에 20홈런 이상을 친 타자들은 적지 않았다. 박건우 이전까지 총 14명의 타자들이 34회나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날렸다. 하지만 도루는 20개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날렵한 '준족'보다는 묵직한 '중장거리형 거포'가 많이 포진해 있던 팀 컬러의 영향이기도 했고, 특히나 드넓은 잠실구장 홈으로 쓰는데서 온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잠실구장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치려면 파워가 우선시 돼야 했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도루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힘을 늘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스피드는 더 줄어든다.
반대로 발이 빠르고 적당히 힘이 있는 선수는 굳이 홈런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었다. 외야로 멀리 장타를 친 뒤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한 베이스 더 가는 식의 플레이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에서도 아직 3명(1992 송구홍, 1994 김재현, 1999 이병규) 밖에 '20-20클럽' 가입자가 나오지 않았고, 그마저 최근 18년째 명맥이 끊긴 데서 알 수 있다. '20-20클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런 면에서 박건우의 구단 첫 '20-20 달성'은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팀에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유형의 선수가 탄생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커리어를 더해가며 끊임없이 진화한 결과다. 박건우의 앞으로 활약이 더 주목된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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