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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이 또 나와?"
다만 한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임기영을 교체한 뒤 나온 투수가 바로 좌완 심동섭이었기 때문. 타석에 좌타자 최주환이 있었기에 좌완 투수가 나오는 건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왜 굳이 심동섭이었을까. KIA 불펜에는 심동섭 외에도 좌완으로 고효준과 임기준이 있었다. 그리고 이 두 명은 1, 3차전에 등판한 심동섭과 달리 아직 등판하지 않았다.
또 심동섭은 전날 3차전 때 제구도 썩 좋지 않았다. 3차전에서 4-2로 앞선 8회말 1사 1, 2루때 나왔는데 첫 타자 김재환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추격점을 허용했다. 팻딘이 내보낸 주자가 들어와 심동섭의 자책점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심동섭은 다음타자 오재일을 파울플라이로 잡고 김세현과 교체됐다. 결국 4차전에서도 심동섭은 첫 상대인 최주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곧바로 교체 투입된 김윤동이 2사 1, 2루에서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위기를 잠재웠지만, 심동섭 투입 자체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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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심동섭의 구위가 다소 떨어지지만, 최주환은 잡을 것이라는 계산. 그리고 여기서 다른 좌완 불펜을 아낀 뒤 더 큰 위기에 쓴다는 계획이었다. 6회말에 아껴뒀던 고효준은 이날 4-0으로 앞선 8회말에 등판했다. 힘을 아낀 만큼 4번 김재환부터 5번 오재일로 이어지는 강한 좌타자들을 봉쇄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한국시리즈에 첫 등판한 고효준은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지만, 오재일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오랜만에 등판해서인지 제구는 약간 안됐다. 그러나 구위는 약하지 않았다.
결국 5차전 이후에는 이미 연투로 소모된 심동섭 대신 워밍업 출격을 마친 고효준, 그리고 계속 쉰 임기준이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짙다. 강력한 두산 좌타 라인을 효율적으로 잡아내기 위한 큰 그림은 순조롭게 그려지고 있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