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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현장리포트] '악몽같은 4실책' KIA, 이길 수가 없었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10-16 22:12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KIA와 넥센의 경기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무사 만루 넥센 이정후의 파울 플라이를 김민식과 이범호가 서로 미루다 놓쳤다. 이후 폭투로 진루를 허용한 김민식이 허탈해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16/

너무 잔혹한 패배였다. 실책에 무너진 호랑이 군단은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었다.

KIA 타이거즈가 단판 승부에 무릎을 꿇었다. KIA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대10으로 패했다. 정규 시즌을 5위로 마친 KIA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배 없이 2연승을 해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1차전 패배로 올 시즌을 아쉬움 속에 마감했다.

이날 KIA의 포수 마스크는 김민식이 썼다. 올 시즌 KIA는 김민식-한승택 '투톱 체제'로 포수진을 꾸려왔다. 지난해보다 한승택의 비중이 더 커지기는 했지만, 김민식은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선발 포수 출전에는 이런 경험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민식은 수비 실책 2개로 '혼돈의 5회'를 만든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KIA는 5회초 최형우의 2타점 적시타로 2-0 앞선 채 5회말 수비에 돌입했다. 선발 양현종도 계속해서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무사 1루에서 넥센 김혜성과 승부를 하던 중 2B2S에서 5구째 타격 방해가 선언됐다. 김혜성의 방망이가 김민식의 글러브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포수 실책으로 인정됐고 주자는 1루로 걸어나갔다. 무사 1,2루에서 9번타자 김재현의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는 최초 아웃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넥센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그 결과 세이프로 번복되면서 무사 만루 위기가 찾아왔다.

그 이후 KIA 내야 수비가 전체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사 만루에서 이정후가 친 타구는 인필드플라이성이었다. 그러나 콜플레이 후 포구를 시도하던 김민식이 공을 피하면서 아웃카운트를 못잡고 주자가 모두 세이프되는 황당한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KIA와 넥센의 경기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무사 만루서 KIA 김민식과 이범호가 넥센 이정후의 내야 플라이를 놓치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2018.10.16/
주자는 모두 원래 위치, 타구는 파울, 이정후는 다시 타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심판진은 포수 김민식에게 파울 타구 실책을 줬다. 왜 인필드플라이 상황에 파울 실책을 준 것일까. 앞서 우 주심이 선언한 '인필드플라이 이프 페어'콜 때문이다. 심판진은 KBO에 "주심이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했어도, 타구가 아무에게도 닿지 않고 그라운드에 떨어진 후 파울 지역으로 나갔기 때문에 파울이다. 인필드플라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파울볼이 되면 인필드플라이 적용 자체가 무효가 되는 '인필드플라이 이프 페어'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다시 살아난 이정후가 좌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며 KIA가 첫 실점을 했고, 이후 순식간에 5실점을 했다. 혼돈의 5회말이었다. 특히 김선빈의 부상 교체가 두고두고 뼈 아팠다. 이날 선발 유격수는 김선빈이었지만, 김선빈은 5회초 타석에서 제이크 브리검이 던진 공에 오른손 새끼손가락 끝부분을 맞아 교체됐다.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은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져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팀은 무너지고 말았다.


2018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 KIA와 넥센의 경기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2, 3루 KIA 유격수 황윤호가 1루 송구실책을 범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16/

김선빈 대신 긴급 투입된 황윤호는 정신 없는 5회를 보냈다. 김재현의 땅볼 타구가 1루에서 세이프가 된 이후 서건창의 땅볼성 타구를 잡아 1루수에게 던지는 과정에서 악송구가 나왔다. 차분히 처리했다면 충분히 타자를 잡을 수 있었는데, 송구는 1루수 키보다 훨씬 높았고 2,3루 주자가 모두 득점하기에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제리 샌즈의 어려운 바운드 타구에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잡지 못했고, 오히려 글러브에 스치면서 타구 속도가 느려져 주자 2명을 더 들여보냈다.

김민식과 황윤호의 기록된 수비 실책 3개가 KIA를 수렁에 몰아넣었다. 한 이닝 3실책은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결국 KIA는 타선의 끈질긴 집중력으로 7회초 5-5 동점에 성공했지만, 7회말 불펜이 무너지며 허망하게 졌다. 수비 실책을 저지른 선수들에게는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패배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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