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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있다.
그러나 브리핑 내용에선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실제로 김 감독이 롯데 코치진과 구승민에게 한 말은 다그치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김 감독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육두문자였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감독이 공 수석코치와 주 코치에게 'XX'이라고 욕을 했다. 사구를 던진 구승민에게도 '투수 같지도 않은게 공 던지고 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 입장에선 의심할 만한 여지는 있었다. 7회말 공격 때 정병곤이 롯데 정성종에게 등을 직격 당하는 사구를 맞은 것. 앞서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고 이날도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잇달아 나온 사구는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정수빈이 앞서 같은 부위 부상을 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벌어진 점수차나 정황상 구승민이 고의로 사구를 던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정수빈이 쓰러지자 구승민이 마운드를 내려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정수빈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럼에도 김 감독은 분을 참지 못했다. 김 감독이 롯데 코치진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는 과정에서 코치들이 만류하는 모습도 TV 중계화면에 잡혔다.
롯데 측은 공식 브리핑 외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는 "김 감독이 성질에 못 이겨 그런 것이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 선수에게 그랬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온라인 상에는 롯데와 양 감독을 비난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정수빈의 부상 소식이 들어온 뒤 롯데 팬들마저도 양 감독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양 감독에겐 야구 선후배 관계를 떠나 한 팀을 책임지고 있는 사령탑으로서 충분히 나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겉으로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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