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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NC 다이노스 나성범이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실패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파악된다.
먼저 빅리그를 노크했던 KBO리그 야수들의 실패 사례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FA로 진출한 김현수 황재균 이대호 등은 내구성과 꾸준함에서 평가를 받지 못했고, 포스팅 절차를 밟았던 손아섭과 김재환은 아예 응찰 구단이 없었다. 포스팅을 통해 진출한 강정호와 박병호는 당시 확실한 강점과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덧붙여 나성범의 기록 중 하나 들여다 볼 게 있다. 바로 삼진이다. 그는 지난해 130경기에서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148개의 삼진을 당했다. 584타석에서 삼진 비율이 25.3%나 됐다. 통산 4140타석 중 21.9%인 907번의 삼진을 기록했다. 반면 통산 볼넷은 327개로 삼진의 약 3분의1 수준이다. 통산 3할대 타율(0.317)을 올리고도 출루율은 3할8푼4리에 불과하다. 나성범이 1군에 데뷔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가장 많은 삼진을 기록한 타자는 LG 트윈스 오지환(913개)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가 동양인 외야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뭔 지 알려준 일이 20년 전 있었다. 바로 양준혁이다. 양준혁은 2001년 말 FA 자격을 얻어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갔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 제안도 받았다. 뉴욕 메츠가 '1년간 최대 70만달러, 성적에 따라 3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KBO리그 타자는 거들떠 보지 않던 시절, 메츠 구단이 입단 계약을 제안해 온 것인데, 양준혁의 어떤 모습이 어필했던 걸까.
양준혁은 이같은 사실을 은퇴 시즌이던 2010년 본지에 팩스로 받았다는 입단 제안서를 보여주며 털어놓았다. 당시 양준혁은 "메츠가 내 타율이 아니라 볼넷을 봤다고 하더라"고 했다. 양준혁은 2001년 당시 통산 타율 3할2푼9리와 출루율 4할3푼2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메츠는 통산 볼넷(708개)이 삼진(540개)보다 훨씬 많은 점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끈질긴 선구안과 1루로 전력질주하는 모습, 그리고 높은 출루율은 양준혁의 최고 매력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KBO리그 외야수를 바라보는 빅리그의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강력한 파워, 뛰어난 수비, 정교한 타격 뭐 하나는 있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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