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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021시즌 가장 주목받는 신인.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19).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다. 아버지 장정석 해설위원(48)이다. 2019년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프로야구 감독이었지만 어느새 아들 장재영이 더 유명해진 '베이스볼 대디'가 됐다.
야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여서 아들이 최고 유망주가 됐을까. 아버지도 아들을 보면 신기하단다.
히어로즈 구단 프런트였던 아버지를 따라 목동야구장에 오며 야구를 접하게 됐고, 이후 야구하고 싶다고 부모를 조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처음엔 반대했다.
"너무 힘든 걸 알기 때문에 운동말고 다른 걸 하길 바랐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걸 도와주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야구를 허락했을 때가 초등학교 4학년. 요즘엔 1, 2학년 때부터 리틀 야구로 시작하는 유소년 선수도 많다. 시작은 늦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향후 진로 결정 시기를 중학교까지로 봤다.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쯤이면 실력이 나올 거고 이후 선수로 승부를 봐도 될지, 아닐지 판가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장재영은 초등 6학년 때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우승 청부사'가 됐다. 무려 6차례 우승을 했다. 장재영은 에이스로 팀을 이끌었고 게다가 잘 쳤다. 장 위원은 "그때 재영이가 나보다 몇 수위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아들의 실력보다 더 놀란 부분도 있다. "그때 초등학교 야구에는 3이닝 투구 제한이 있었다. 지금은 결승전도 3이닝 제한이 있는데 그때 결승전엔 이닝 제한이 없어 재영이가 결승전에선 항상 완투를 했다"면서 "내가 기록을 뽑아보니 재영이가 그 해 정식경기만 127이닝을 던졌고, 연습경기까지 다 더하면 170이닝을 넘게 던졌다"고 했다.
프로 선수도 한 시즌 100이닝을 던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장재영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150이닝 넘게 던졌다. 장 위원은 "재영이가 신기하게 한번도 아프다는 얘기를 안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몸 관리 덕분이었다. 장 위원은 야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아들에게 기본적인 것을 알려주면서 특히 몸관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일러줬다.
"이것 저것 알려주니 재미있어 했다. 팔 관리에 필요한 튜빙 동작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해야 안 아프고, 잘할 수 있다고 해줬다. 일주일에 4번 이상 하라고 했는데 재영이는 루틴을 스스로 잘 지켰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다른 부상은 있었지만 팔이 아프다고 한 적은 없다."
빠른 공을 던지는 장재영이기에 제구에 대한 얘기가 많다. 장 위원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제구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 "볼넷이란 것이 주변의 얘기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 지금까지 밸런스에 대한 얘기는 해줬지만 직접적으로 제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면서 "중학교 때 한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30이닝 좀 넘게 던지고 평균자책점 0.31에 볼넷은 3개만 내줬다. 손 감각이 있는 친구"라고 했다.
고3 때 제구가 흔들린 것은 구속에 대한 욕심 때문일 것으로 봤다. "고등학교 가서 구속을 157, 158㎞를 찍으니 욕심이 커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영점이 흔들렸고, 주변의 이야기들도 멘탈적으로 어려움을 준 것 같다"라는 장 위원은 "이제 프로에 왔으니 실력으로 그런 것을 지워야 한다"고 했다.
전지훈련 떠나는 아들에게 해준 말은 역시나 사회생활이었다. "쫄병이니까 누구보다 빨리 움직이고 밝게 다니면서 잘 어울려라. 그러면 형들도 잘해줄거다고 했다"는 장 위원은 "전지훈련 다녀 와서 슬쩍 형들이 잘해주냐고 물으니 이 형은 뭘 해주고 저 형은 뭘 해주셨다고 하더라. 잘 지낸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연습경기를 지켜본 장 위원은 "관중석에서 봤는데 직구만 던지게 한 것 같더라. 코칭스태프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며 "재영이에게도 많이 맞아보라고 했다. 요즘 형들은 150㎞ 넘어도 다 친다. 네가 맞아봐야 맞는 공간과 맞지 않는 공간을 알 수 있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장 위원은 "아들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 안 다치는 거다. 다른 건 없다"고 했다. "큰 돈 받았으니 기대가 클 거고, 보답할 수 있는 실력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안 아파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진심에 아들은 답한다. "야구 감독 출신 아버지시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좋았던 기억대로 움직이라는 말을 많이 해 주셨다.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아버지가 감독 하실 때 처음에는 성적이 안나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같은 팀에서 뛰면 불편해 하실 것 같아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아버지의 말이 있다. 장재영은 "(이)정후 형도 아버지가 야구 하신 분인데, 그런 부담을 잘 이겨내서 지금의 정후형이 있는 거 같다. 아버지는 정후 형처럼 부담을 잘 이겨내고 '선수 장재영'으로 잘하길 바란다고 하셨다. 그러면 너도 나도 잘 되는 것이니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장재영은 "당당하게 이겨내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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