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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마지막 날인데, 형이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동건은 당초 시구자로 섭외를 받았다. 지난 5년간 불펜포수로서 늘 공을 받기만 했으니, 이번엔 마운드에서 던져보라는 KIA 구단의 배려였다. 하지만 이동건은 가난 속에도 아들의 야구 인생을 지지해준 아버지에게 그 영광을 돌리기로 결정했다. 아버지 이시형씨는 이동건의 모교를 찾아 특별 레슨까지 받는 열의를 보였고, 그 결과 이날 아들의 미트에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이동건은 야구인생 마지막 "OK~"를 외쳤다.
이날 만난 이동건은 "아버지께 야구로 마지막 선물을 해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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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말마다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야구를 놓지 않던 그에게 고향팀 KIA가 불펜포수를 제의했다. 그렇게 이동건의 제 2의 인생이 시작됐다. KIA가 8년만의 우승을 차지하던 2017년이었다. 당시 잃어버릴 뻔했던 V11 우승구를 찾은 것도 그의 수훈이다.
불펜 포수는 고된 자리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고, 기본 연봉도 높지 않은 계약직이다. 정식 선수가 아니지만,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겨울이면 월급이 끊긴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선량하고 잘 웃고 꿈이 많은 아이"로 기억한다. 틈날 때마다 상금을 기부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이동건은 2021년 다시 육성선수로 등록되는 쾌거를 이뤘지만, 지난 3월 새로운 도전을 결정했다. 어느덧 적지 않은 28세의 나이, 이젠 미래를 준비할 때다. 마침 일산에서 대광금속이란 폐기물 철거 업체를 운영하던 외삼촌의 제안을 받았다. 사업을 확장 중이라 손이 달린다는 러브콜이었다.
"야구 선수의 꿈을 다시 꾼 적도 있다. 결국 내가 버티지 못한 거다. 겨울 되면 힘도 들고, 이제 나이도 있다. 외삼촌이 일을 배워보라는 제안을 주셨다. 기왕 할 거 지금 합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야구인으로만 28년을 살았다. 사회 초년생이다. 그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 사회인으로 발붙이려고 노력중이다. 사람 상대하는 게 쉽지 않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평일에 이렇게 일하느라 힘든데 주말에 시간내고 돈 써서 야구장 와서 응원해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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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중에는 (양)현종이 형한테 가장 먼저 알렸다. '형이 옆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응원한다. 넌 어디서든 잘할 거야'라고 격려해주셨다."
담당 매니저 못지 않게 외국인 투수들도 살뜰하게 챙겼다. KIA 우승을 이끈 헥터 노에시와 팻 딘이 2년 뒤 연락이 닿은 그를 고국인 도미니카와 미국으로 초대했을 정도.
KIA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2017 한국시리즈 우승. 이동건은 "들어온 첫해에 우승했으니까,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강조했다.
"불펜하다보면 어린 투수들한테 관심이 많이 간다. 지난번 키움 전에서 이승재(21)가 승리투수가 된 게 가장 기뻤다. 내가 아직 야구하고 있었으면 같이 열광했을 텐데…이의리(19)도, 정해영(20)도 잘하고 있어 기쁘다. 김현수(21)에겐 특별히 애정이 있는데, 요즘 좀 아쉽지만 잘할 거다. 앞으로는 KIA 수도권 원정팬으로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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