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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며칠 전 한화 이글스의 야수 등판이 화제가 됐다.
야수 등판은 KBO리그에선 익숙하지 않지만 종종 있었던 장면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오래 전부터 일찌감치 승패가 결정된 경기에서 소위 '가비지(garbage) 이닝'에 불펜을 소모하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해왔다. 수베로 감독 역시 같은 이유를 들며 "내게는 평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은 사실 몰랐다"면서 "(그런 말을 한 이에게) 1-1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뒤집기를 해 본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나머지 감독들도 수베로 감독의 선택에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14일(한국시각) 치러진 워싱턴 내셔널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도 '야수 등판'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워싱턴 내야수 에르난 페레즈(30). 페레즈는 팀이 1-14로 크게 뒤진 8회말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2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세 타자를 상대하면서 던진 공은 '고작' 9개.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뜬공으로 잡으면서 임무를 완수했다.
경기 후 MLB닷컴은 페레즈의 이날 투구를 조명했다. 팬들은 댓글을 통해 '놀랍다', '워싱턴은 페레즈를 선발 투수로 써야 한다' 등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승부가 기운 타이밍에 불펜을 아끼기 위한 벤치의 결정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승부의 '암묵적 룰'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그러나 팀, 동료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의 의지와 또 다른 승리를 위한 벤치의 선택은 폄훼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팬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까지 줄 수 있다면 팀을 위한 헌신 뿐만 아니라 훌륭한 팬 서비스까지 된다는 점을 페레즈의 '아리랑볼'은 증명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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