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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가장 큰 걱정하는 포지션은 선발투수다.
평균자책점 '톱10'에 포함된 두산 베어스 최원준,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LG 트윈스 정찬헌, SSG 랜더스 박종훈 가운데 대표팀 경력을 가진 투수는 박종훈 뿐이다. 최종 엔트리 24명을 확정지을 6월까지 검증 시간은 충분하지만, 토종 에이스 없는 현실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급기야 선발투수가 노릴 수 있는 투수 주요 타이틀 중 탈삼진 부문도 상위권은 외인 투수들로 뒤덮였다. 20일 현재 탈삼진 부문 상위 10명 중 토종 투수는 원태인 밖에 없다. 1위는 34개의 삼진을 잡은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이고, LG 앤드류 수아레즈가 33개로 2위, 그리고 원태인이 32개로 3위에 올라 있다.
토종 투수가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한 건 2015년 삼성 차우찬이 마지막이다. 그해 194개의 탈삼진으로 2위 넥센 히어로즈 밴헤켄을 1개차로 따돌렸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한 마지막 토종 투수는 양현종이다. 그는 2017년 20승을 따내 동료인 헥터 노에시와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2015년(2.44)과 2019년(2.29)로 두 차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양현종을 제외한 다승 및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마지막 토종 투수는 각각 2013년 삼성 배영수(14승)와 2011년 KIA 윤석민(2.45)이다. 양현종이 떠난 KBO리그에 에이스 기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올림픽에서 우리와 맞붙을 일본 프로야구는 사정이 다르다. 이날 현재 양리그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주요 3개 부문 1위 중 외국인 투수는 센트럴리그 다승 공동 1위 한신 타이거스 조 겅클 뿐이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신규 외국인 입국이 통제되고 있어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이기는 하나, 일본 토종 투수들의 강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과 지난해에도 양리그 주요 3개 부문 타이틀 홀더 중 외인 투수는 없었다. 여기에 뉴욕 양키스 에이스 출신인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올시즌 일본으로 유턴했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요미우리 자이언츠 스가노 도모유키는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한 구단이 없어 잔류했다. 토종 투수들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O리그에서 토종 투수가 정규시즌 MVP에 오를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각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가 외인 일색이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에서 토종 에이스 기근 현상이 장기화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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