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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금 포수 누굽니까?" "10번 같은데…진짜 이대호인가요?"
이대호는 1회 첫 타석에서 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을 상대로 시원한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144㎞ 커터를 통타한 비거리 127m의 장쾌한 한방.
하지만 이날 롯데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피렐라의 역전포에 이은 오재일의 올해 마수걸이 홈런까지 터지며 3-7 리드를 내줬다. 삼성은 6회부터 이승현에 이어 심창민 최지광 우규민 양창섭 등 화려한 불펜 투수들을 잇따라 투입했다.
8회말 김상수에게 추가점을 내주며 6-8로 2점 뒤진 9회초 무사 1루. 상대는 동갑내기 82년생 '끝판왕' 오승환이었다. 이대호는 또한번 무섭게 집중했지만, 6구 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뒤이어 한동희는 깨끗한 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한동희로선 2020년 9월 4일 이후 247일만의 4안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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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김원중에겐 보다 큰 과녁, 그리고 안정감을 지닌 베테랑이 필요했다.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이대호가 포수 출전을 자청했다. 이대호는 "고교 시절 포수 경험이 있고, 덩치가 크니 감독님께 해보겠다고 부탁드렸다. 감독님께서 흔쾌히 맡겨주셨다"고 설명했다. 2001년 프로 데뷔 이래 첫 포수 출전이었다.
포수 이대호의 등장은 말 그대로 승리를 위해 몸을 불사른 최고참의 모습이었다.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김원중을 안심시키고 격려했다. 2사 2,3루 상황에서는 크게 벗어나는 땅볼성 투구를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블로킹도 마다하지 않았다. 보더라인(S존 구석)에 걸리는 공에는 적극적인 프레이밍까지 시도했다.
마지막 타자로 나선 대타 강민호의 타구는 유격수 쪽 깊은 땅볼. 쉽지 않은 타구였지만, 롯데의 유격수는 마차도였다. 그 송구가 1루수 정 훈의 미트에 꽂히는 순간, 이대호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더그아웃을 향해 격하게 환호했다. 최고참 이대호의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영화보다 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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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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