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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핫피플]'포수 출전 자청' 82년생 이대호의 간절함, 모두에게 통했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1-05-09 06:07 | 최종수정 2021-05-09 06:13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경기가 종료되자 환호하는 이대호.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08/

[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금 포수 누굽니까?" "10번 같은데…진짜 이대호인가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던 재역전. 9회말 수비에 임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더이상 남은 포수 엔트리가 없는 상황. 허문회 감독의 선택은 '포수 이대호'였다.

5타수 2안타(홈런 1) 2타점. 9일 삼성 라이온즈 전 이대호의 성적이다. 하지만 이날 이대호의 존재감은 숫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매타석 날카롭게 집중했고, 이대호와의 승부에 지친 투수들은 다음 타자들에게 우르르 안타를 허용했다.

이대호는 1회 첫 타석에서 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을 상대로 시원한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144㎞ 커터를 통타한 비거리 127m의 장쾌한 한방.

하지만 이날 롯데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피렐라의 역전포에 이은 오재일의 올해 마수걸이 홈런까지 터지며 3-7 리드를 내줬다. 삼성은 6회부터 이승현에 이어 심창민 최지광 우규민 양창섭 등 화려한 불펜 투수들을 잇따라 투입했다.

1점 따라붙은 7회 1사 2,3루의 찬스. 풀카운트 싸움 끝에 '미스터 제로' 우규민의 인생 스트라이크가 이대호의 몸쪽에 꽂혔다. 이대호는 안타까워하며 무릎을 꿇었다. 경기가 끝난 뒤 포수 이대호의 환한 미소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이대호의 '울상'이었다. 어려운 승부를 끝낸 우규민의 집중력이 순간 흐트러진 걸까. 우규민은 한동희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 6-7 1점차 추격을 허용했다.

8회말 김상수에게 추가점을 내주며 6-8로 2점 뒤진 9회초 무사 1루. 상대는 동갑내기 82년생 '끝판왕' 오승환이었다. 이대호는 또한번 무섭게 집중했지만, 6구 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뒤이어 한동희는 깨끗한 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한동희로선 2020년 9월 4일 이후 247일만의 4안타 경기였다.


환호하는 이대호와 김원중.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08/
그리고 이학주의 실책과 장두성의 내야땅볼, 이병규의 동점타, 마차도의 역전타가 이어지며 기적 같은 역전극이 펼쳐졌다. 하지만 백업 포수 강태율의 자리에 대타 이병규를 기용하면서 남은 포수가 없는 상황. 포수 출신 투수 나균안 카드도 이미 등판했던 탓에 쓸 수 없었다. 남은 선수는 오윤석과 김민수 뿐.


마무리 김원중에겐 보다 큰 과녁, 그리고 안정감을 지닌 베테랑이 필요했다.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이대호가 포수 출전을 자청했다. 이대호는 "고교 시절 포수 경험이 있고, 덩치가 크니 감독님께 해보겠다고 부탁드렸다. 감독님께서 흔쾌히 맡겨주셨다"고 설명했다. 2001년 프로 데뷔 이래 첫 포수 출전이었다.

포수 이대호의 등장은 말 그대로 승리를 위해 몸을 불사른 최고참의 모습이었다.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김원중을 안심시키고 격려했다. 2사 2,3루 상황에서는 크게 벗어나는 땅볼성 투구를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블로킹도 마다하지 않았다. 보더라인(S존 구석)에 걸리는 공에는 적극적인 프레이밍까지 시도했다.

마지막 타자로 나선 대타 강민호의 타구는 유격수 쪽 깊은 땅볼. 쉽지 않은 타구였지만, 롯데의 유격수는 마차도였다. 그 송구가 1루수 정 훈의 미트에 꽂히는 순간, 이대호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더그아웃을 향해 격하게 환호했다. 최고참 이대호의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영화보다 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마차도와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이대호.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5.08/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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