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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깜짝 데뷔전을 치른 삼성 라이온즈 특급 루키 이승현(19).
라이블리의 갑작스러운 이탈이 없었다면 이승현의 콜업도 없었다.
라이블리는 지난 11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 했다가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바로 교체되며 등록 말소됐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 한 턴만 거르고 열흘 후 복귀하기로 했다.
그 사이 잠시 엔트리 한자리가 비었다. 기왕이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불펜 과부하를 덜어줄 투수가 필요했다.
고심 끝 허삼영 감독의 선택은 이승현이었다.
KIA 이의리, 롯데 김진욱과 달리 최대한 실전을 늦춘 채 착실히 준비해온 특급 좌완 루키. '1군에서 볼 때가 됐다'는 판단이었다.
허 감독은 이승현을 콜업한 지난 12일 "퍼포먼스를 1군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상황이 되면 등판시킬 생각이다. 그 정도 능력이면 1군 무대에서 기대감 있다"며 기회를 줄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매 경기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루키가 나설 만한 편안한 상황이 만들어 지지 않았다.
1군에 머무를 시간이 단 이틀 밖에 남지 않았던 14일 잠실 LG전. 허삼영 감독이 용단을 내렸다.
3-4로 한점 뒤진 박빙의 8회말, 4번째 투수로 이승현을 잠실 마운드에 올렸다. 최근 잇단 접전으로 불펜 필승조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 어차피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비록 힘든 상황이지만 팀의 미래를 책임질 루키의 그릇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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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뷰캐넌을 상대로 멀티히트와 타점을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이천웅을 상대로 초구부터 150㎞ 강속구를 과감하게 꽂아 넣었다. 피해가지 않았다. 3타자를 상대로 2K 퍼펙투. 13구 중 무려 10개가 스트라이크일 만큼 배짱도 제구도 훌륭했다. 이천웅을 땅볼, 문보경 김민성을 연속 삼진 처리한 뒤 관중석과 벤치 선배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돌아왔다. 속전속결, 쾌도난마였다. 최고 152㎞가 전광판에 선명하게 찍혔다. 높은 타점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날카로운 각도가 묵직한 패스트볼과 조화를 이뤘다.
기대보다 훨씬 더 강력했던 첫 퍼포먼스. 1군에 머물 만한 실전용 투수임을 제대로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놀라움을 눈으로 확인한 코칭스태프도 고민에 빠졌다. 일요일 경기 전까지 2군에 내린다는 계획. 수정이 불가피 해졌다. 등록 말소 선수를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노성호의 부상이탈로 삼성 마운드에는 좌완 파이어볼러가 전무하다. 불펜 좌완도 임현준이 유일하다. 이승현이 불펜에 남아 필승조급 실력을 보여준다면 우완-좌완-언더의 구색도 좋아진다.
벤치구상을 단숨에 뒤흔들며 등장한 이승현의 파란. 그는 1군에 오래 남아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잔류 가능성이 99%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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