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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의 '가을 DNA'. 야구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두산을 미러클, 그 이상의 퍼포먼스로 이끌고 있을까. 우선 큰 경기에서 야구를 알고 하는 단기전 타짜 선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SBS 이순철 해설위원은 그 뒤에서 선수를 움직이는 벤치 지략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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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트한 등판을 거듭해온 선발 최원준이 3-2로 앞선 5회말 1사 만루위기를 맞자 두산 벤치는 오재일 타석 때 좌완 이현승 대신 우완 홍건희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재일 상대로 이현승은 1타수무안타, 홍건희는 맞대결 기록이 없다.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1차전 승부의 분수령.
가장 강력한 공을 던지는 홍건희가 오재일을 막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실제 홍건희는 7개 연속 빠른 공으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2루수 앞 병살타. 1차전의 승부처였다. 두산 벤치는 홍건희를 3이닝 동안 길게 끌고가며 8회 기어이 달아나는 점수를 뽑았다.
이순철 위원은 이 선택을 삼성의 2차전 투수교체와 비교해 설명했다.
"야구는 결국 결과론"이라는 전제 하에 이 위원은 "선발 백정현에 대한 선택은 차치하고라도 백정현이 흔들렸을 때 원태인을 미리 준비시켜 바로 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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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에서 가장 핫한 좌타자 테이블세터. 그 중 특히 페르난데스는 삼성 벤치에 크나 큰 딜레마를 안겼다.
완벽하게 막아낼 왼손 투수가 없었다. 최채흥은 정수빈(9타수4안타) 페르난데스(9타수5안타) 박건우(6타수5안타)에게 모두 약했다. 원태인도 페르난데스(3타수2안타)에게 약했다.
그나마 세 타자에게 각각 2타수무안타를 기록했던 최지광을 먼저 투입한 이유. 하지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최지광은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준 뒤 1,3루에서 페르난데스에게 싹쓸이 2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5-0. 승부의 추가 기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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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의 전제 처럼 야구는 결과의 스포츠다.
결과가 나쁘면 그 어떤 좋은 선택의 과정이라도 퇴색되기 마련.
무엇보다 놀라운 건 상대 벤치의 선택을 철저히 실패로 만든 두산 벤치와 선수들의 저력이었다.
과연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벤치는 또 한번의 열세 속에 '선택과 집중'으로 무장한 두산 벤치의 승부수를 무력화 시킬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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