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난 본즈에 속았다", HOF 후보 8년차 셰필드를 위한 변명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1-23 08:43 | 최종수정 2022-01-23 08:44


LA 다저스 시절인 2001년 8월 28일(한국시각) 터너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을 4대2 승리로 마치고 박찬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개리 셰필드.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나는 본즈에 속았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OF) 헌액자 발표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는 오는 26일(이후 한국시각) 2022년 HOF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2022 명예의 전당 투표 현황'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현재 득표율 1위는 데이빗 오티스다. 자신의 투표 내용을 공개한 176명의 기자들 가운데 147명의 지지를 받아 득표율이 83.5%에 이른다. 이어 배리 본즈가 77.3%로 2위, 로저 클레멘스가 76.1%로 3위에 올라 있다. 헌액 커트라인 75.0%를 넘긴 후보는 이들 3명 뿐이다.

다른 주요 후보들의 득표율을 보면 오티스와 마찬가지로 자격 1년차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40.3%에 그쳤고, 자격 마지막 10년차인 커트 실링은 60.8%로 영구 탈락이 확정적이다.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의 후보는 개리 셰필드다. 20여년 전 LA 다저스 박찬호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방망이로 큰 힘을 보태줬던 추억의 레전드이기도 하지만, 그가 PED(운동능력향상약물) 스캔들에 억울하게 휘말렸다는 사실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셰필드는 2007년 메이저리그에 보고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PED 사용 현황을 조사한 '미첼 리포트'에 그 이름이 언급된다. 본즈, 클레멘스, 제이슨 지암비, 케빈 브라운, 레니 딕스트라, 에릭 가니에, 토드 헌들리, 데이빗 저스티스, 앤디 페티트 등 무려 89명의 전현직 메이저리거들이 PED를 사용했다는 증언과 증거들이 나열됐다. 셰필드도 포함됐다.

하지만 셰필드는 자신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그가 해명한 사연은 이렇다.

셰필드는 2002년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본즈의 초청을 받아 그의 집이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지냈다. 본즈는 그곳에서 제약회사 발코(BALCO) 관계자들을 소개해줬고, 그중 본즈의 트레이너인 그렉 앤더슨이 건강보조제라며 몇 가지 연고제를 건네줬다. 당시 무릎 수술을 받은 셰필드는 재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믿고 연고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성분이 담겨 있을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셰필드는 미첼 리포트 이후 약물 사용을 시인했으며, 2004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인터뷰에서 "당시 수술 부위에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해줬는데, 그런 나쁜 성분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본즈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날 믿으라'고 했다. 날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본즈가 자신을 속였다는 얘기다.

해당 인터뷰를 한 톰 버두치 기자는 당시 기사에서 '셰필드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인정하면서도 화를 내지 않은 유일한 선수다. 셰필드는 합법적인 관절 치료제이자 영양제라고 들었다고 한다. 발코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약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그 시점을 제외하면 셰필드는 약물과 관련된 적이 없다. 더구나 그는 약물 사용 이후 성적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2002년 도핑테스트 도입에 대해 다른 선수들은 저항했지만, 셰필드는 강력하게 찬성했던 선수'라고 전했다. 셰필드의 '억울함'과 '진심'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셰필드는 통산 타율 0.292, 2689안타, 509홈런, 1676타점, 1636득점, 253도루, OPS 0.907를 기록했고, 9번의 올스타와 5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고, 1997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그러나 HOF 후보 8년차인 셰필드는 이번에도 헌액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득표율이 46.6%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년과 후년, 두 번의 기회가 남아 기자단 정서가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2022 임인년 신년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