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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스피드요? 20대 초반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빨랐죠. 지금 그 나이면 좋으련만."
아쉬웠던 타격도 매년 성장세다. 지난해에는 생애 최다인 192타석에 출전하며 타율 2할8푼7리 1홈런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91을 기록했다. 모두 커리어 하이.
하지만 김재유는 "누구보다 잘한다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손아섭(34) 형이 빠지면서 자리가 생겼다 하는데, 난 작년보다 더 절박하다. 더 물러설 곳이 없는 나이다. 그저 팀 승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할 뿐"이라며 뜨거운 속내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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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후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는 속내도 고백했다. 상무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고, "기다리지 말고 자신있게 치라"는 서튼 감독의 격려도 큰 도움이 됐다.
눈에 띄는 점은 상황별 타율이다. 주자가 있을 땐 4할1푼7리, 득점권에는 4할4푼에 달한다. 반면 주자가 없을 땐 1할6푼7리에 그친다.
'찬스에 강하다'는 점은 타자에겐 주목할만한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테이블세터가 주 업무인 김재유에겐 또다른 스트레스다. 표본은 적지만 지난해 김재유의 출루율은 3할4푼. 그런데 볼넷은 단 10개 뿐이다.
"안타만 쳐서 3할 후반대 출루율을 낼순 없지 않나. 그런데 난 쳐야 성적이 나온다. 볼을 고르려고 하면 당한다. 손아섭 선배가 충고하길 '기다리면 놓친다. 일단 치다보면 볼넷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더라. 코치님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쳐라'라고 하시는데, 1번타자가 초구 치고 아웃되면 팀 분위기가 어떻게 되나."
김재유는 "김주찬(두산 베어스 코치)처럼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 코치는 현역 시절 리드오프를 주로 맡으면서도 초구부터 치는 스타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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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면 2020년 9월 18일 LG 트윈스전을 떠올린다. 김재유가 꼽는 자신의 인생경기다. 1-3으로 뒤진 7회 대타로 등장해 적시타를 치고, 2~3루를 연달아 훔친 뒤 정 훈의 내야땅볼 때 홈을 밟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날 롯데의 5대3 역전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선수로서 보람찬 하루였다. 올해도 변함없는 각오로 뛰겠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내가 주어진 역할을 다해서 팀의 승리를 만들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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