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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4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NC전.
크게 웃을 수도, 찡그릴 수도 없는 애매함이 공존한다. 세계 신기록 달성을 축하받자니 겸연쩍다. 때론 치명적인 부상을 초래하는 사구. '이 참에 더 큰 기록을 세우라'는 말은 덕담으로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소속팀 사령탑 SSG 김원형 감독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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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무 말 안했어요. 사실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고,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은 사구를 기록한 거잖아요. 사구 자체를 축하하기 보다 사실 정이는 못 피해 맞는 게 아니라, 도망가지 않으니까 맞는 거거든요. '타자가 투수의 공을 두려워하는 순간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몸이 도망가면 칠 수가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정이는 투수의 공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몸이 빠지지 않고 타격을 하니 지금까지도 좋은 모습으로 잘하고 있는 거겠죠."
사구 신기록 보다 그 이면의 위대한 의미를 강조한 사령탑. 어찌보면 두려움 없이 타석에 서는 최 정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자 그를 닮은 홈런킹이 되고픈 후배들의 영원한 귀감이다.
사구 대기록 달성보다 더 기쁜 일이 있다.
5월에 살짝 주춤했던 타격감을 완벽하게 회복한 점이다. 5월 타율 0.207에 그쳤던 최 정은 6월 들어 0.417의 불방망이를 과시중이다. 시즌 타율도 3할대에 진입했다.
특히 최근 방망이가 뜨겁다. 가볍고 날카롭게 돌아간다. 22일 두산전에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최 정은 24, 25일 인천 NC전에서 이틀 연속 3안타 경기를 펼쳤다. 홈런 없이도 3경기에서 7타점을 쓸어담았다.
이유가 있었다.
최근 뜨거운 타격감에 대해 최 정은 "(사구에 맞아) 아파서 쉬는 동안 타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예전 잘했을 때 경기영상을 보게 됐는데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그 영상처럼 경기 전에 연습을 해봤고 느낌이 좋아 경기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지난 2일 KT전에서 데스파이에의 공에 왼손등을 강타당하며 잠시 공백기를 가졌던 최 정. 아이러니 하게도 그 통산 298번째 사구가 부른 강제 휴식기가 타격감 회복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나저나 김원형 감독의 축하는 영원히 못 받게 되는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아, 정이 마주치면 얘기는 하려고요. 좀 그렇지만, 어쨌든 기록이니 축하한다고 말해야죠.(웃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