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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낯설다. LG 트윈스가 1등 홈런포 군단이라니...그 중심에 타격의 신 김현수가 있다.
LG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를 11대4로 승리했다.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린 채은성의 솔로포와 김현수의 스리런포 두 방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5연승 질주다.
무서운 클러치 능력이다. 같은 타자 입장에서 존경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김현수의 홈 영접을 두 번 모두 '람보르미니' 박해민이 담당했다. 박해민은 김현수가 홈런을 친 후 내려놓았던 배트를 두 손으로 공손히 들고 허리를 숙이며 김현수를 맞이했다. 타자를 향한 최고의 예우다. 김현수가 활짝 웃으며 흐뭇해했다.
더그아웃에서도 열렬한 환영식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많은 축하의 손 사이에서 독특한 물체가 나타났다. 마무리 고우석이 손 대신 얼음 주머니를 내민 것.
김현수도 처음엔 무시하고 지나갔다. 하지만 고우석의 고집이 대단했다. 끝까지 얼음주머니를 거두지 않았다. 결국 김현수가 졌다. 김현수의 하이파이브를 받은 고우석의 얼음주머니는 박해민과 문성주까지 '터치'한 한 후에야 슬그머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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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가 맨 앞에서 이끄는 LG 타자들의 팀 홈런 숫자는 현재 69개로 전체 1위다. 반면, 같은 잠실구장을 쓰고 있는 두산이 44개로 꼴찌다.
18개의 홈런을 친 김현수를 비롯해, 오지환 13개, 이재원 8개, 채은성 8개, 문보경 유강남 4개 등 주전 타자들 모두가 골고루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외국인 타자 없이 거둔 성과라 더 놀랍다.
홈런 콤플렉스에 시달린 LG였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가진 탓도 있지만, 한 지붕 팀 두산이 꾸준히 거포를 배출해 온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급기야 2009년 김재박 감독 시절에는 센터라인 기준으로 펜스를 4m가량 당기고, 높이도 75cm 낮춘 'X존'을 운영하기도 했다. LG 타자들의 홈런이 전년(66개)에 비해 두 배(129개)가량 늘어났지만, 상대팀 타자들이 더 많은 홈런을 때린 탓에 투수들은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2년 만에 'X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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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승을 달리며 최근 10경기 9승 1패를 기록한 LG가 다시 선두권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위 SSG와는 4게임 차, 2위 키움과는 2.5게임 차 3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