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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억 FA 선발의 참혹한 성적표 0승10패, 삼성의 믿음인가 아집인가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7-11 09:30 | 최종수정 2022-07-11 10:30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백정현이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6.16/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백정현에 대한 삼성의 선택, 믿음인가 아집인가.

삼성 라이온즈가 무너지고 있다. 난리통에 한 선수의 추락도 그냥 두고보기 힘든 정도다. 삼성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삼성이 또 졌다. 10일 SSG 랜더스에 2대7로 패했다. 상대 선발 오원석이 1회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갔으니, 그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SSG에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충격의 9연패다. 순위는 8위까지 떨어졌고,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는 무려 9경기로 벌어졌다. 사실상 가을야구는 끝이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또 하나 아픔이 있었다. 선발 백정현이 무너졌다. SSG전 패전으로 시즌 10패째를 떠안았다. 최근 6경기 연속 패전이다. 올시즌 승리는 단 1개도 없다. 0승10패 평균자책점 6.63.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전반기를 마쳤다.

올시즌을 앞두고 백정현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찔렀다. 지난 시즌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14승5패 평균자책점 2.73의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 보상으로 4년 총액 38억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거액의 투자,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달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되면 데이비드 뷰캐넌, 원태인과 함께 강력한 원-투-쓰리펀치를 구성할 수 있었다. 새 외국인 투수 수아레즈가 좋은 투구를 해주고 있는 걸 감안하면, 삼성은 리그 최강 선발진 구성이 가능할 뻔 했다.

하지만 작년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백정현이 무너지자 삼성도 침몰하고 있다. 그런데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 삼성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좋게 생각하면 믿음일 수 있다. 허삼영 감독은 시즌 초부터 백정현 얘기가 나오면 "원래 구속으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다. 로케이션만 좋아지면 제 폼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퀄리티스타트가 4차례 있었고, 5이닝 2~3실점 경기도 3번 있었다. 타선 지원이 있었으면 최소 1~2승은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믿음으로 포장하기에는 너무 처참한 시즌 행보다. 허 감독이 강조하는 로케이션, 정확한 제구가 올해는 사라졌다. 구속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 중요하다. 이렇게 140km 초반대 직구로 승부하는 투수들일수록, 3~4km 구속 차이에 큰 의미가 있다. 138km와 143km는 타자가 느끼기에 5km 이상의 체감상 차이를 준다. 힘이 떨어진 공이 몰리니 맞아나갈 수밖에 없다. 같은 패턴이 14경기 반복되는데, 삼성은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사실 백정현이 FA 시장에 나왔을 때 타 구단의 관심이 거의 없었다. 귀한 좌완 선발인데, 왜 구미가 당기자 않았던 것일까. 다른 팀들은 지난해 '플루크 시즌'이었다고 냉정히 평가했을지도 모른다. 8승이 최다승 기록이었던 투수다. 한 시즌 반짝했다고 87년생 투수에게 섣불리 거액을 투자했다 실패를 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부 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허 감독이 백정현을 너무 믿는 것인지, 아니면 거액을 투자한 투수를 2군에 내릴 수 없는 구단 현실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등판시키는 것인지 뭐가 진실이든 팀과 선수에게 좋지 않은 영향만 주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렇게 지는 경기만 계속 하다가는 백정현이라는 투수가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다.

2군에서 1군만 바라보고 있는 선수들, 어떻게든 선발로 기회를 한 번 잡아보고 싶은 선수들에게도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될 수밖에 없다. 팀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요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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