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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7⅔이닝 2실점. 생애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입단 3년차, '7이닝 한번 던져보라'는 감독의 말에 "8이닝 던지겠다"로 받아칠 만큼 어느덧 넉살도, 자신감도 붙었다.
평생의 꿈이었던 사직구장에서의 등판인 만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현장을 찾은 가족들 앞에서 최고의 피칭을 선보여 더욱 기분좋은 하루였다. 남지민은 "던질수록 여유가 생긴다. 부모님께 모처럼 효도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내 자리를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조급했는데, 이제 내 것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난 삼진보다는 존을 잘 활용해서 범타를 잡아내는 투수다. 어젠 그렇게 잘 던진 덕분에 투구수도 적었다. 이대호 선배한테 볼넷을 내주며 교체가 됐지만, 도망가서 나온 결과는 아니다. 의미있게 싸운 승부였다. 미련은 없다."
하지만 프로 3년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촉망받는 신인으로 시작했지만, 뜻하지 않은 구설에 팔꿈치 수술의 불운까지 겹쳤다. 올해가 사실상 데뷔 첫해다.
하지만 재활에 전념하며 팔꿈치 수술을 터닝포인트 삼아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구속도 4~5㎞ 늘었다. 남지민은 "이 기회에 2군 트레이너코치님들께 감사를 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벌크업이 된 덕분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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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베로 감독은 "경기 전에 농담삼아 '오늘 7회까지 책임지면 저녁 사준다'고 했더니, '8회까지 던지게 해주세요' 하더라. 진짜 그렇게 하면 저녁 3번 사주겠다고 했는데…사줘야지 어떡하겠나"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남지민은 기록만 보면 우리 한화와 비슷한 선수다. 1승(구원승)7패, 평균자책점도 6점대에 가깝다(5.87). 당장이라도 서산에 보내야할 것 같지 않나"라며 "하지만 감독의 역할은 화면 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눈앞의 기록보다 한층 선수를 살찌우고 성장하게 하는 요소를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남지민은 앞서 NC전 때도 5회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는 수베로 감독에게 "1타자 더 상대하고 싶다"고 말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도태훈 상대 전적이 좋지 않아 되갚고 싶다고 감독에게 직언할 만큼 강한 승부욕을 지녔다. 기어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도태훈을 삼진으로 잡고 내려왔다.
"감독님, 코치님이 정말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날 믿어주는 만큼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반기엔 사실상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많이 맞아보며서 크자는 생각이었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기뻤다. 후반기엔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다만 감독님께는 비싼 소고기를 얻어먹겠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