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아람 기자] 형사들의 기지가 빛난 수사기가 공개됐다.
지난 5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5'(연출 이지선) 11회에는 공주경찰서 수사과장 백승호 경정과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수사 일지를 공개했다.
이날 첫 번째로 소개된 사건은 지난 2007년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납치된 것 같다며 신고 전화를 하면서 시작됐다. 학원을 마친 뒤 귀가해야 할 아들이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았고,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으니 3천만 원을 준비해라.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를 못 보게 될 것"이라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던 것. 고민하던 어머니는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협박범의 목소리는 아는 사람이 아니었고, 아이가 지역 내 부촌에 살고 있었기에 인근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납치한 것으로 추정됐다.
어머니는 평소 뉴스를 보고 아들과 연습해 둔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통화를 이어갔고, 통화를 통해 아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불폰과 공중전화를 이용한 납치범은 점점 집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고, 통화가 끝나면 전원을 끈 뒤 다른 장소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 동선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형사들은 집에서 대기하며 어머니와 함께 몸값을 모두 마련할 수 없다는 사정을 전하기로 작전을 세웠다. 고민하던 범인은 계좌번호를 불러주며 돈을 이체하면 아이를 돌려주겠다고 한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형사들과 어머니는 ATM기 앞에서 범인에게 전화를 걸어 인출기를 누르는 소리를 들려주며 돈을 보내려 하지만, 이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달이 난 범인은 결국 만나자는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범인이 톨게이트에서 만나자고 한 가운데, 형사들과 어머니는 기지를 발휘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선팅된 차량을 이용했고, 주변에 100여 대의 차량이 잠복하며 포위망을 구축했다. 어머니는 형사들의 조언대로 현금을 나눠 담고 차량 안에 아이가 있는 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머니와 만난 지 불과 몇 초 만에 납치범의 차량은 출발했지만, 다행히 아들은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었다. 신고 6시간 만에 아들과 재회한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범인은 시속 130km로 도주했으나 바로 체포됐다. 특히 범인은 30대 후반으로 초등학생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드러났다. 이에 안정환은 "무슨 말도 안 되는. 뭐하는 짓이냐"라며 분노했고, 곽선영 역시 "왜 남의 애를?"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범인은 사업 실패로 4500만 원의 빚을 지게 되자 훔친 차량과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해 부유한 집 아이를 납치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깔끔한 옷차림의 아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납치를 저질렀고, 아이는 차에 타자마자 칼이 보였다고 진술해 충격을 더했다. 범인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KCSI가 소개한 사건은 2023년 70대 아버지가 사라졌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아들의 신고로 시작됐다. 아버지는 3일째 연락이 되지 않았고,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으며 금융 거래 내역도 전무했다.
형사들이 출동한 가운데, 300마리의 소를 키우는 대규모 축사 컨테이너 숙소에는 아버지와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지만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CCTV도 16대나 설치돼 있었으나 신고 4일 전 아버지가 귀가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꺼져 있었고, 외국인 노동자는 자고 일어났더니 사장님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컨테이너 내 화장실에는 CCTV가 없었고, 작은 환기용 창문이 있어 침입이 가능한 구조였다. 주변 도로 통행 기록과 일대 CCTV를 확인한 결과, 축사 CCTV가 꺼진 새벽 아버지의 트럭이 축사를 빠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가족들은 '대구댁'이라 불리던 아버지의 연인을 의심했다. 이혼 후 최근까지 만나던 대구댁에게 2억 원을 건넨 사실 때문에 집안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 또한 전처 역시 "끌어 묻어 놓고 죽겠다"라는 협박 문자를 보낸 적이 있어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전처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대구댁 역시 다른 지역에 있었다며 오히려 아들이 실종 신고를 말렸다고 주장했다.
아들은 거주 중인 고층 아파트 CCTV에 출입 기록이 남아 있어 알리바이가 있었지만, 실종 다음 날 외국인 노동자를 집에 데려가 재운 뒤 며칠간 휴가를 주거나 외국인 노동자 탐문 과정에 계속 끼어드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는 잠을 자던 중 화장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깼고, 문틈 사이로 실종자가 쓰러져 있었으며 복면을 쓴 남성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복면을 쓴 남성은 "밖으로 나오지 마라", "누가 오늘 일을 물으면 모른다고 하라"고 협박했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들이었다.
결국 아들은 검거됐고, 가족들에게 이미 "내가 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집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온 뒤 3시간을 걸어 축사까지 찾아갔다고 진술해 충격을 안겼다. 아들은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러 갔을 뿐인데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장도리로 내리쳤다고 주장했고, 복면 역시 추워서 넥워머를 올려 쓴 것이라 변명했다. 다음 날 축사 뒤편 병든 소를 매립하는 곳에서 아버지의 시신이 수습됐다.
아들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자주 폭행했고, 축사에서 일한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아 어머니의 빚을 갚아달라고 요구하러 갔다가 막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강하게 반박했다. 수사 결과 실제 범행 동기는 대구댁에게 축사가 넘어갈 것을 우려한 아들이 유산을 미리 요구했지만 거절당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아버지는 이미 5개월 전 아들이 흉기를 들고 축사에 찾아와 협박하자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이미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들은 가족들에게 아버지가 스스로 넘어져 사고를 당한 것처럼 말했지만 노트북에서는 '밧줄 타기', '망치로 죽이는 법', '친족 살해 형량' 등을 166차례 검색한 기록이 나왔다. 아들은 불법 도박 중독자로 어머니에게도 행패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반성문 일부가 인정돼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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